1. 성철 스님의 법어
오래전에 산부처로 추앙받던 성철(性徹) 스님께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하신 법어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무척이나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사실 어린아이들조차 산과 물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당대 최고의 성철 스님께서 어찌 저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실까 하며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법어가 사물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된다는 석가모니의 여실지견(如實知見)이라는 가르침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2. 풍진세상의 왜곡과 인식의 오류
그런데 정말로 세상에는 산과 물을 구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산을 물이라 하고, 물을 산이라 우기는 눈뜬장님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협잡과 음모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이 풍진세상을 살아가면서, 흰 것은 검은 것으로 둔갑하고, 검은 것은 흰 것으로 둔갑하는 수많은 역사왜곡의 사례들을 지켜보면서, 성철 스님의 알 듯 모를 듯 했던 이 법어를 다소나마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실로 사물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 것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3. 고정관념의 사례
인간의 고정관념은 한 번 고착되면, 명백한 사실조차 주관에 따라 왜곡하여 받아들이게 됩니다. 예컨대, 저는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수련(睡蓮)에 관한 해설서를 읽다가 수십 년간 산과 물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부연하면, 단지 수련이 물에 서식한다는 이유만으로 수련의 “수”자를 의심의 여지없이 물 수(水)라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련은 밤에 꽃잎을 오므리며 잠을 자는 성질 때문에 잠잘 수(睡)를 쓴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제가 믿어온 지식과 상식이 얼마나 견고한 고정관념의 성벽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4. 전도몽상(顚倒夢想)의 우매함
이처럼 인간은 유사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서로 독립적 객체인 산과 물조차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인지적 오류를 빈번하게 범하곤 합니다. 이는 주관적인 잣대로 난도질한 편견을 사실로 믿어버리는 인간이 지닌 인식의 근본적 한계라 하겠습니다. 한 마디로 이것은 마치 물속에 비친 거꾸로 된 산의 허상을 실체라고 믿는 전도몽상(顚倒夢想)의 어리석음 그 자체라 하겠습니다. 결국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본질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한 준엄한 경책이라고 하겠습니다.
5. 산수유별(山水有別): 산은 산, 물은 물!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 혼탁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성철 스님께서 산과 물의 다름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설파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를 다시 한 번 깊이 음미해 보면, 고정관념을 깬다는 것은 틀린(wrong) 것까지도 옳다고 우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다(different)라는 것을 깨달으라는 의미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고정관념을 깨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비로소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산수유별(山水有別)의 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재미있는 퀴즈 하나 풀고 가실게요?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A.D. 1840-1926)가 말년에 연작으로 즐겨 그렸던 걸작 수련(water lily)을 감상하면서, 퀴즈 하나 풀고 가실게요?
퀴즈: 수련의 “수”는 한자로 물 수(水)이다?
1. 똥글뱅이(O) 2. 꼽표(X)
인상파(印象派)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된 미술운동으로서, 순간적인 빛과 색채의 변화를 포착하여 화가의 눈에 비친 인상을 그림에 담아내는 미술사조를 의미합니다.
퀴즈의 정답 및 해설
우리에게 수련(睡蓮)이 친숙한 것은 아마도 인상파의 거장 클로드 모네(Claude Monet)가 연작으로 그린 수련의 그림에 연유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수련은 쌍떡잎식물로서, 꽃은 5-9월에 피고 긴 꽃자루 끝에 한 송이가 달립니다. 그런데 수련은 물에 서식할 뿐만 아니라, 영문명인 “water lily”를 연상하여, 많은 사람은 그 이름을 수련(水蓮)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련과 연(蓮)은 얼핏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이 둘은 진화의 뿌리가 완전히 다른 식물입니다. 즉, 식물의 분류체계는 계(界) > 문(門) > 강(綱) > 목(目) > 과(科) > 속(屬) > 종(種)의 순으로 세분화되는데, 연은 진정쌍자엽식물강, 수련은 목련강에 속하여 이 둘은 강(綱) 수준에서부터 명칭이 다를 만큼 서로 거리가 먼 관계입니다.
또한, 수련은 꽃과 잎이 물 표면에 붙어 피지만, 연은 꽃과 잎이 물 위로 높이 솟아나는 뚜렷한 형태적 차이가 있어 눈으로도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수련은 밤에 꽃잎을 닫고 깊은 잠에 빠진 듯한 모습 때문에, 그 이름을 물 수(水)가 아닌 잠잘 수(睡)를 사용하여 수련(睡蓮)이라고 명명했다는 점입니다. 즉, 이 수련의 이름 속에는 잠자는 꽃이라는 아름다운 생태적 특성이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