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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루 Oct 12. 2022

너 자꾸 혼자 어딜 가?

나에게로 떠나는 긴 여행



혼자 여행을 가보고 싶었던 마음은 꾸준히 갖고 있었다. 친구들 혹은 가족들이랑 여행을 가면 좋은 점은 비용과 시간 면에서 탁월하다. 같이 쌓는 추억들도 재밌고 소중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면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깊은 추억을 선사한다.




나는 예스 걸이었다. 누군가와의 트러블이 싫어서 어느 정도 상대를 맞춰주는 편의 여행을 했다. 난 철저한 계획러지만 여행면에서는 사람들이 계획이 없다고도 한다. 나를 알아가고 싶어서 혼자 여행을 해보기로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내 결정과 선택으로 설렘 반 긴장 반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처음으로 여행을 떠난 건 여수였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서 여수로 훌쩍 떠났다. 토요일 병원 근무가 오후 한 시에 끝났고 당일 예약되는 게스트하우스에 전화해서 예약을 했다. 무작정 버스를 타고 바다를 찾아갔다. 앞 편의점에서 새우깡이랑 흑맥주를 사서 혼자 바다를 보며 평화로움에 사색이 잠긴다. 버스킹 하는 사람들과 수많은 연인들, 친구들끼리 여행 온 사람들과 달리 나는 역방향으로 걸었다. 나와는 달리 행복해보여서 모진 마음이었나보다. 나는 그렇게 혼자 맥주에 빨대를 꽂고 바다를 구경했다. 그날은 병원에서 환자에게 모진 소리를 들었던 날이었다. 다들 힘들게 사는 것 같은데 굳이 좋지 않은 소리로 누군가에게 투정 부리기도 싫었나 보다.


너무 답답해서 바다를 보고 싶다고 외쳤고 '바다를 못 볼게 뭐야.' 하며 무작정 온 첫 혼자 여행이었다.

바다를 보니 유해지는 마음이 단순하기 짝이 없더라


상대방을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나한테 집중을 해본 적이 있던가?
너무 일에 치중한 것만은 아닐까.

혼자 여행을 종종 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일을 다니면서 한국사 자격증을 공부했다. 버킷리스트에도 있었던 내용이었고 역사는 알아야 해서 무작정 한국사 시험을 접수하고 3주 정도의 기간을 잡아서 했다. 그렇게 나는 한국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취득하고 보니 역사의 도시 경주가 가고 싶어서 혼자 경주에 갔다. 그렇게 어릴 때 수학여행으로 왜 가는지 몰랐던

경주의 매력을 다 큰 성인이 되서야 알아버렸다. 꽤나 볼거리가 많아서 경주의 찰보리빵을 들고 다니면서

대릉원과 천마총, 연못에 비추던 아름다운 안압지, 생각보다 자주 보이던 첨성대, 박물관과 각종 문화재들을 보고 역사를 더 깊이 새겼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 도전을 하게 된다.




혼자 여행을 하면 계획대로 안되어도 내 주관으로 인한 선택과 결정을 책임질 수 있는 경험이 조금씩 생긴다.

변수를 헤쳐나가는 내 모습에 뿌듯하기까지 하다.




국내 혼자 여행을 가다 보니 혼자 해외여행도 가고 싶었다. 오사카를 가게 되어 평소 국내 계획보다

세밀하게 계획을 짜서 비장하게 갔다. 계획을 다 해도 여행의 변수는 어쩔 수 없다. 쇼핑을 하고 출출해서 곱창 국수 맛집이 있다 해서 구글 맵 주변으로 갔는데 어느 한 가게에 줄이 긴 것만 보고 줄을 무작정 섰다.

서자마자 점원이 혼자 왔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하니 한 명 자리가 있다며 들어오라고 했다. 출출한 상태라 무작정 들어갔는데 불판이 있었다. 곱창을 구워서 국수에 넣나 했는데 야키니쿠 무한리필 집이었다.

당황했지만 이왕 들어온  단품 하나에 맥주 한 잔만 먹고 나가려 했다.


이 고깃집 뭐야 내가 먹어본 고기 중 단언컨대 최고야!

맛에 충격을 받은 상태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에 한국인 모녀 두 분이 혼자 여행 왔냐고 물어보셨다.


 수많은 야키니쿠집을 갔는데
이 집 만한 곳이 없어서 우리도 여행 오면 여기만 와요.


  글을 쓰는 와중에도 그날 고기 한 점에 맥주 한잔을 먹었던 행복한 기억에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계획대로 안 되는 변수의 매력일까? 따분하고 지루한 내 인생에 나에게 이런 변수들은 더 강하게 자리 잡는다. 여행을 함으로써 온전히 내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들에 확신에 찬 나날들이 더 기다려진다.



아 나는 여행을 좋아하구나.
여행의 변수까지 사랑하구나.



변수의 추억이 더 짙다.

내 인생에서 내보일 추억의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내가 도전하지 않고 떠나지 않았다면 없었을 추억이다.

내 인생이 따분해서 재미난 요소를 넣으려고 발악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다시 회사다. 회사의 회사다. 나는 서서히 조그마한 도전을 성취하며 나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려는 마음을 가졌다. 나의 선택이 확신이 되는 것들로 가득 참을 이룰 때는 언젠가 다른 일을 하게 되겠지.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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