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 척 하지마
곧 걸어 다닐 것 같은 사랑니야 안녕
나에게 사랑니는 고통과 드문드문 찾아온다.
몇 년 전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치과를 방문했다.
최대한 미루다가
이젠 안 되겠다 싶어서
'빨리 맞는 사랑니가 낫지 뭐.'
한숨으로 푸념한 채
사랑니 발치를 하러
만발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공교롭게도
안 뽑아도 돼요!
참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람
아프게 하는 사랑니를
왜 안 뽑아도 된다고 하는지.
'오늘 내가 가진 용기는 대단했는데..'
이 용기의 기대에 못 미쳐
조금 아쉬워하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했다.
그렇게 난 또 집으로 돌아간다.
사랑니가 기억에서 지워질 즈음에
5개월 후에 나를 또 방문했다.
갑자기 볼 안이 얼얼해지고
옆을 건드리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이 지긋지긋한 사랑니!
빼야 되는 건가 싶어 다른 치과를 가봐도
빼지 않아도 되는 사랑니라고 했다.
오라는 사랑은 안 오고 왜 네가 드문 찾아오니
그래 사랑이란 말이 들어간 너라도 오구나 뭐.
는 무슨 이제 그만 찾아와 줄래?
고통을 동반하면서 왜 사랑이 붙어있는 거야?!
.
.
.
아 사랑은 고통을 동반했었지.
살아가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사랑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따금씩 나를 와서 괴롭히는 게
꼭 정말 사랑인 듯하다.
그래서 사랑니구나.
근데 이제 그만 좀 와줄래?
천천히 자리매김해나가는 사랑니가
정말 사랑 같구나.
불현듯 잊혀졌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콕콕 쑤시면서 고통을 들여다보게 하는 넌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