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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루 Oct 08. 2022

사랑니, 너 드문드문 찾아오지 마

사랑인 척 하지마




곧 걸어 다닐 것 같은 사랑니야 안녕



나에게 사랑니는 고통과 드문드문 찾아온다.

몇 년 전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치과를 방문했다.

최대한 미루다가

이젠 안 되겠다 싶어서


'빨리 맞는 사랑니가 낫지 뭐.'



한숨으로 푸념한 채

사랑니 발치를 하러

만발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공교롭게도


안 뽑아도 돼요!


참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람

아프게 하는 사랑니를

왜 안 뽑아도 된다고 하는지.



'오늘 내가 가진 용기는 대단했는데..'

이 용기의 기대에 못 미쳐

조금 아쉬워하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했다.


그렇게 난 또 집으로 돌아간다.


사랑니가 기억에서 지워질 즈음에

5개월 후에 나를 또 방문했다.


갑자기 볼 안이 얼얼해지고

옆을 건드리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이 지긋지긋한 사랑니!


빼야 되는 건가 싶어 다른 치과를 가봐도

빼지 않아도 되는 사랑니라고 했다.


오라는 사랑은 안 오고 왜 네가 드문 찾아오니

그래 사랑이란 말이 들어간 너라도 오구나 뭐.


는 무슨 이제 그만 찾아와 줄래?


고통을 동반하면서 왜 사랑이 붙어있는 거야?!

.

.

.

 아 사랑은 고통을 동반했었지.


살아가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사랑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따금씩 나를 와서 괴롭히는 게

꼭 정말 사랑인 듯하다.


그래서 사랑니구나.



근데 이제 그만 좀 와줄래?

천천히 자리매김해나가는 사랑니가

정말 사랑 같구나.


불현듯 잊혀졌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콕콕 쑤시면서 고통을 들여다보게 하는 넌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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