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구시포 해수욕장 고양이들의 밤문화
제법 가을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바람이 불던 어제
가을 바다를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에게
바다 보고 올까?
내 한마디에 친구는 흔쾌히 나를 데리고
고창 구시포 해수욕장을 갔다.
겨울에 부는 찬바람 정도는 아니어도
가을치곤 억센 바람이 비 온 후에 한껏 더 춥기도, 갑자기 추워진 가을에 그렇지 못한 얇은 가을 옷이 우리를 더 떨게 만들었다.
도착을 하니 어두컴컴하지만
구시포 해수욕장은 늦은 시간까지
빨간색, 파란색, 흰색의 불빛이
저 멀리 바다의 일렁이는 파도까지
비춰주어 앞에 바다가 있다는 게 실감은 났다.
빨간빛을 비출 땐 사실 조금 공포스럽기도 했다.
친구와 나는 가까운 치킨집에서
치킨을 포장하고 해수욕장 앞에서
인적 없는 어색한 분위기에
바람을 막아주는 차 옆에 책상을 폈다.
가을바람에 머물러가는 청춘 둘
내 친구는 닭다리보단 날개를,
나는 날개보단 닭다리를 선호해서
사이좋게 선호하는 소중한 부위
두 조각씩 먹은 것부터가 일탈의 첫 번째.
그렇게 먹고 있다가 인기척이 있는 곳에
고개를 돌려보니
한 마리의 갈색 고양이가
우리를 보며 다소곳 하니 앉아있다.
또 이야기하다가 옆을 돌아보니
어느새 고동색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를 향하고 있고
점차 생겨나는 고양이들이
마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것 마냥 먹잇감을 노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나 몰라라 하는 뻔뻔함도 보였다.
오징어 게임 같다
다 먹고 사려고 하는 일이지 뭐
구시포 해수욕장엔 고양이들이 정말 많다.
자동차 바퀴와 비슷한 보호색을 띠는
검은 고양이들도 많았고
사람들이 흘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를
더 어지르는 통통한 고양이들도 많았다.
코에 바닷바람 좀 담으려고 온 구시포 해수욕장에서 고양이들의 밤문화를 비밀스럽게 보고 왔다.
마치 게임이라도 하는 듯
후에는 숨은 고양이들을 찾기 바빴다.
오늘 하루에 고양이를 관찰할 수 있다는 변수도
반복된 일상에서는 새롭고 재밌는 일이었다.
고양이들도 우리를 보는 게 새롭고
즐거운 일이려니 하며.
바람도 쌀쌀하고 치킨도 거의 다 먹어서
뒷정리를 하고 차에서 친구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새벽 다섯 시가 되어버렸다.
그때 저 멀리서 차 한 대가 오더니
어떤 아주머니께서 화장실과 주변을 청소하신다.
매일 안 보이는 곳에서
청소를 해주러 오시는 아주머니는
고양이를 싫어할까?
사람들이 두고 간 쓰레기들을
파헤치고 엎어뜨리고 어지르는 고양이들은
아주머니의 수고스러움을 알긴 할까?
차에서 내릴 때부터 찌푸리는 아주머니 인상을 보니 고양이들은 아주머니의 수고를 모르고
아주머니는 고양이를 싫어한다고
새벽 감성에 별 생각을 한다.
9시쯤 일어나
고요하면서 청량해 보였던 밤바다가
이면을 보이는 건지,
비가 와서 그러는지
흙탕물이 철렁이는 아침바다로
우릴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많던 고양이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의 세계에서는
구시포 해수욕장은 밤문화 중 하나일까.
우리가 약속 장소를 정하는 것처럼 고양이들도
'9시 정도에 구시포 해수욕장 2-1번지에서 보자.' 하며 자신들만의 언어로 똘똘 뭉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며
나는 현생을 살러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