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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루 Nov 08. 2022

난생처음 탈색을 했다.

나의 색깔


미국 가기 전,

감히 도전해 볼 생각도 안 한 탈색을 했다.

단언컨대 미국을 위한 콧바람이었을 것이다.

일명 하이라이트 염색이라고 초등학생 때 엄마가 한 번씩 넣어준 브릿지 개념이면 이해하기 쉽다.

전문적인 디자인이 들어가서 가격을 살포시 물어보니 35만 원에 해주겠다는 사장님의 말에 흔쾌히! 는 아니지만 네 넵,, 해주세요.


색을 입히는 하루라 흥미로운 반면에 또 혹시나 단정하지 못하다는 어른들의 소리를 들을까 조금의 걱정스러운 면도 있었다. 나는 아직도 주변 사람들의 말에, 주변 사람들의 눈빛에 나를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안 어울리면 어쩌려나 걱정 반 어른들의 쓴소리가 걱정되는 마음 반,

근데 뭐 스물아홉이나 먹었는데 뭐 어때.




중간점검으로 색 입히기 전에 나의 모습이

꽤나 낯설다. 색을 입히기 전에 조금 후회도 했다. 이런 색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머리를 보고 관심을 가지면 어떡하지?'

무난하게만 살아왔던 내게 이런 색을 입히는 게 익숙할 수 없었다. 나에게 노란 머리도 있을 수 없던 일 중 하나였고.


일종의 피해의식이려나,

나를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 자포자기 심정으로 고개를 돌려 나에게 말을 거는 사장님을 봤다. 사장님의 머리는 핑크색 머리였는데 색이 오묘하고 예뻐서 잠깐 동안 핑크색으로 색을 입힐까 고민을 했다.

아차차 ,, 사장님 머리를 봤을  나는 예쁘다고 생각했고 개성 있다고 생각했고  좋은 시선으로 추호도 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은 단정하게만 있어야 하는 사람이고 탈색한 머리는 보편적인 검정머리보단 튀어서 나와 어울리지 않다고 단정 짓고 있던 것이다.

탈색이 뭐라고, 그냥 나의 머리에 색을 입히는 것 중 하나인데 뭘 그렇게 걱정하는지 사장님 머리를 보고 허탈한 웃음을 내비쳤다.





항상 바르고 단정한 것만 추구하다 보니

나에게 색을 입히는 걸 까먹었었다.

탈색 자체가 처음인 나에겐 큰 용기였으나

해보니 별 거 아니었다. 끝나고 친구와 만났는데 내 머리가 많이 튀냐는 쑥스러운 물음에 "뭐야, 나도 거기서 머리 할래 색깔 너무 잘 나왔는데? 머리 너무 예뻐." 하며 나의 기분을 한껏 업되게 해 주었다. 나의 색을 묻힌 채 오늘도 나답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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