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색깔
미국 가기 전,
감히 도전해 볼 생각도 안 한 탈색을 했다.
단언컨대 미국을 위한 콧바람이었을 것이다.
일명 하이라이트 염색이라고 초등학생 때 엄마가 한 번씩 넣어준 브릿지 개념이면 이해하기 쉽다.
전문적인 디자인이 들어가서 가격을 살포시 물어보니 35만 원에 해주겠다는 사장님의 말에 흔쾌히! 는 아니지만 네 넵,, 해주세요.
색을 입히는 하루라 흥미로운 반면에 또 혹시나 단정하지 못하다는 어른들의 소리를 들을까 조금의 걱정스러운 면도 있었다. 나는 아직도 주변 사람들의 말에, 주변 사람들의 눈빛에 나를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안 어울리면 어쩌려나 걱정 반 어른들의 쓴소리가 걱정되는 마음 반,
근데 뭐 스물아홉이나 먹었는데 뭐 어때.
중간점검으로 색 입히기 전에 나의 모습이
꽤나 낯설다. 색을 입히기 전에 조금 후회도 했다. 이런 색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머리를 보고 관심을 가지면 어떡하지?'
무난하게만 살아왔던 내게 이런 색을 입히는 게 익숙할 수 없었다. 나에게 노란 머리도 있을 수 없던 일 중 하나였고.
일종의 피해의식이려나,
나를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 자포자기 심정으로 고개를 돌려 나에게 말을 거는 사장님을 봤다. 사장님의 머리는 핑크색 머리였는데 색이 오묘하고 예뻐서 잠깐 동안 핑크색으로 색을 입힐까 고민을 했다.
아차차 ,, 사장님 머리를 봤을 때 나는 예쁘다고 생각했고 개성 있다고 생각했고 안 좋은 시선으로 추호도 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은 단정하게만 있어야 하는 사람이고 탈색한 머리는 보편적인 검정머리보단 튀어서 나와 어울리지 않다고 단정 짓고 있던 것이다.
탈색이 뭐라고, 그냥 나의 머리에 색을 입히는 것 중 하나인데 뭘 그렇게 걱정하는지 사장님 머리를 보고 허탈한 웃음을 내비쳤다.
항상 바르고 단정한 것만 추구하다 보니
나에게 색을 입히는 걸 까먹었었다.
탈색 자체가 처음인 나에겐 큰 용기였으나
해보니 별 거 아니었다. 끝나고 친구와 만났는데 내 머리가 많이 튀냐는 쑥스러운 물음에 "뭐야, 나도 거기서 머리 할래 색깔 너무 잘 나왔는데? 머리 너무 예뻐." 하며 나의 기분을 한껏 업되게 해 주었다. 나의 색을 묻힌 채 오늘도 나답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