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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루 Nov 14. 2022

월요일 아침 8시 12분의 스타벅스

뭐하시는 분들일까


이른 아침, 퇴사를 한 후로 7시 이후로 일어나본 적은 일용직을 몇 번 나갔을 때 빼곤 없다.

흔히 말하는 미라클모닝을 오늘부터 시작해보고자 아침 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비가 와서 무수히 떨어져있는 낙엽 잎들을 밟고 흐린 날씨에 조금 아쉬워도 하면서 스타벅스에 도착했다.


'월요일 아침이 흐리다면, 직장인들은 아침부터 호기로운 하루보단 흐린 날씨에 집중해서 기력이 떨어지겠다.' 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우리집과 도보로 30분 떨어져있는 이 스타벅스 근처엔 학원과 병원, 그리고 상가건물들이 많아 비교적 시끄러운 중심가에 있다. 연말 분위기를 조금씩 내고있는 스타벅스를 들어와서 내가 좋아하는 세트


'바질 토마토 베이글,,? 그거랑
아메리카노 주세요.'

평소에 이 스타벅스를 올 때, 패기 넘치던 직원들의 목소리는 아니어서 내 주문을 받던 직원의 월요일 아침은 기력이 없구나 싶었다.

나도 직장을 다녀봤기에 안다. 월요일 아침은 매일 달랐다. 어느 날 아침엔 '오늘도 살아보자!' 하며 피곤함을 이겨내며 발걸음이 가벼운 적도 있었고, 어느 날은 정말 출근하기 싫어서 '나 왜 살고있지, 퇴사하고 싶다.'를 외치며 무겁게 직장을 간 적도 있었다.

코비드로 인한 재택근무가 한창 유행했을 때 직업상 재택근무는 나와 지구 반대에 위치할 정도로 거리가 멀었어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근을 해야했다.

최악으로 출근하고 싶진 않을 때는 천재 지변이 있는 날들이었다. 지진이 나도 대설주의보로 긴급안내문자가 와도, 기괴한 이름을 가진 태풍들이 와도 어떻게든 출근을 했던 나의 예전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더없이 친절하게 '그 마음을 안다.' 하며 내적으로 위로를 건네고 2층으로 올라가 편안한 쇼파에 앉는다.

글을 쓰며 스타벅스에 울리는 음악을 듣다가 내가 좋아하는 Queen 목소리임을 짐작하고 노래검색을 했다. 'Thank god lt's Christmas (2011 Remaster)-Queen' 연말 분위기를 다가오는 서른의 겨울을 외롭게 혹은 따뜻하게 한다.

논외지만 퀸밴드의 서사를 바탕으로 낸 영화 '보헤미안랩소디'를 감명깊게 본 바 있다. 퀸 세대는 아니어서 '퀸이 누군데? 퀸이 어떤 밴드길래 이렇게 영화로 나온거야.' 하며 봤는데, 살면서 퀸의 유명한 노래는 거즘 다 들어본 것 같은 친밀함을 영화 보는 내내 느꼈다. 영어를 알지도 못하면서 나도 모르게 내적으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누가 들어도 다 아는 대중적인 이 노래를 퀸이 불렀다니., 와 이노래도 퀸밴드가 불렀다고!?' 적지않게 신선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이후로 굉장한 팬심이 생겼다. 연예인에게 딱히 관심이 없어도 만약 퀸 밴드가 활동중이었다면 sns를 팔로우하고, 유투브를 구독하며 영원한 팬이 됐을 정도로 퀸 밴드를 동경하게 됐다. 아무튼 앉아서 조용히 사람구경을 하게 됐는데 나 포함 네 명이 자리잡고 있다. 한 명은 학생인 듯 에어팟을 끼고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고, 다른 두 명은 나이가 조금 있으신 아버님이었다. 이 사람들을 보고자 온 카페는 아니지만, 나도 프리랜서를 준비하는 입장으로서, 그리고 직장을 다녔을 땐 이런 세상이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이 시간에 카페에 있는 분들이 궁금해서 관찰을 하게 된다.

한 분은 나처럼 노트북과 책을 가져오시며 부동산에 대해 공부를 하시는 것 같았다. 멀리 있어서 보이진 않지만 여유롭게 바깥의 가을나무들을 보면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연말 분위기가 어울려서 등을 지고 계셔도 아우라가 퍼진다.

다른 한 분은 핸드폰으로 무언갈 하시고 계시는데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여자 세 분이 줄줄이 왔다.

한 분도 학생인 것 같았는데 높이 쌓아올린 책에 인터넷 강의를 듣고 계시고, 다른 한 분도 마찬가지로 학생인 것 같다. 또 다른 한 분은 따뜻한 커피 한잔에 바깥 구경을 하고 30분도 안되어서 자리를 떴다. 이들만의 세상도 나처럼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직장을 다닐 때 연차를 내는 날이면 거의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이 시간에 카페에 있을 수 있는건지 의문을 샀을 때가 있었다.

이 정보화 시대에 내가 바라봤던 직장인의 시야로 보니까 보이지 않았다. 퇴사를 하고 나서는 훨씬 더 광활하게 퍼지고 있는 다양한 면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돈 버는 방법은 꽤나 많았다.

경제적인 자유를 이룬 사람들은 노트북 하나로 일 처리를 하는 시대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중간 업체를 끼고 자기만의 시간을 버는 사람들도 많은 걸 알아가고 있기 때문에 아는 만큼 보이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프리랜서의 길이 마냥 쉽진 않다. 새로운 걸 창조해내야하고 나의 확신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던 나는 서툴고 또 서툴다. 그래서 배울점도 많고 뚝딱거리면서 책과 나아가고 있다.

그래도 삶이 진중해지는 것 같아 좋다. 한 번씩 직장이 그리울 때도 있다.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하고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날만 기다리는 것도 한달에 한 번 기분 좋은 날이 오는 거니까. 장단점이 뚜렷한 것 같다. 안정적인 삶을 맛 보았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사는 지금 나의 삶은 어렵고도 재밌다.

오늘 아침의 스타벅스에서도 보이는 게 많은 하루로 시작한다. 좋아하는 바질 토마토 크림치즈 베이글과 아메리카노도 어쩜 오늘과 같은 날씨와 찰떡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무언갈 시작하는 건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도 느낀다. 역시 경험이 중요해! 나의 월요일 아침은 오늘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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