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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루 Nov 24. 2022

이번 생에 LA는 처음이라

나는 여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만약 퇴사를 안 했다면

  꿈도 못 꿀 나LA






다른 나라들의 수도를 척하면 척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똑똑해 보였다.

아무리 기본적인 지식이라 해도

오래 기억에서 꺼내지 않아 버리면

나는 금방 까먹곤 했다.

지속적으로 머릿속 깊이 세뇌시켜도

자신 있게 외칠 수가 없었다.

말꼬리를 흐리며 긴가민가 한다.



백문 불여일견


[ 百聞不如一見 ]

요약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직접 경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말.      

[네이버 지식백과] 백문 불여일견 [百聞不如一見]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실감이 나질 않아.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LA


언젠가 책에서 봤던 라스베이거스를 보며

아 여기가 사람들이 말하던 LA구나 했다.

그렇게 다른 나라에 무심하고 무지했다.

퇴사 전에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미국은 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3박 4일로 휴양지를 간다던지,

가깝고 쉬운 경로로 짧게 여행을

다녀 올 생각만 했다.


퇴사를 하고 지구 반대편 미국을 간다는 건

내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 지었다.


내가 꿈꾸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가슴이 부풀고, 설레는 일들

불안함, 여행의 변수,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이유는

나의 선택에 뒤따라온 크고 작은 굴곡이다.





2022년 3월 28일


볕에 눈이 부셔서 아침에 제일 일찍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베란다로 눈이 간다.


AM 6:54


매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 같죠.



아침부터 나의 둔한 말초신경을 한 순간에

장악해버리는 어마 무시한 뷰였다.

  LA의 단면적이면서도 색깔이

뚜렷한 풍경을 바라본다.

그렇게 베란다 앞에 20분을 앉아있었다.

건물과 키가 맞먹는 야자수,

 정말 이상한 것은 아침 일찍부터

삐용삐용 거리는 경찰차들이다.

경적소리에 나는 한번 

 의문을 가지면서 압도당한다.

단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귀를 바싹 기울였고 쓰던 안경을 한 번 더 닦는다.

선명한 오감으로 담고자 했던 LA 아침



혼자 카페라도 가서 고유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마음에 자고 있는 친구를 깨워 홀로 카페에

가도 되냐고 물었다.


친구는


정갈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LA는 혼자 다니기에는 꽤나 무겁고 무서운 도시란다.


나를 절대적으로 말리는 친구에게

그럼 빨리 씻고 나가자는 말을 건네고

들뜬 마음으로 부리나케 준비를 한다.


여행의 시작을 울리는 LA 풍경은

크나 큰 감동이었다.

아침부터 큰 선물을 받은 느낌에

오늘 기분을 망칠 수도 있는

여행의 변수가 오지 않았으면 했다.


덩달아 날씨가 좋아서 들뜬

나의 마음이 고스란히 패션으로 담아진다.

 위아래는 흰 재킷에 흰 바지,

탈색한 나의 머리를 좀 더 화려해 보이게끔

반 묶음을 하고

평소에는 작고 무난한 액세서리를 하던 모습과 달리

50원짜리 동전 크기의 하트 펜던트 목걸이에

스마일이 새겨진 반지를 착용하고 숙소를 나선다.




내 눈이 돌아가는 소리가 글 너머로 들릴 수 있겠다.

찍은 사진들을 보니 형편없고

모든 순간을 담고자 하는 욕심이 사진에서

여실히 튀어나온다.

뒤틀리게 찍은 사진들이 난무하다.





그냥 길거리 사진이다.

한국으로 치면 마트, 로또 판매점, 편의점, 그냥 신호등 그냥 나무들 그냥 표지판들.

하지만 나에게 이 새로운 환경은 당연하게

5성급 호텔 1도 부럽지 않다.

그 보다 더 진하다.

살랑거리는 바람의 손짓이 우리를

계속 맞이해주는 듯했다.

 나는 산뜻한 이방인의 면모를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었다.

계획대로 브런치 카페로 밥을 먹으러 갔다.

간단하게 친구의 유창한 영어를 빌려

피자와 베이글, 커피를 시켰다.

미국은 족히 햄버거와 피자는 어딜 가든

맛있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

음식이 나름 내게 잘 맞았고

적응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적응하지 못했던 건 사람들의 여유로움이었다.

한국문화와 차원이 다른 분위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음식점을 들어가도 안내하기 전까지는

자리에 착석하면 안 되고,

주문을 하려면 우리가 당연히 누르는 벨은 없고

 '사장님 주문이요!' 대신 아르바이트생이 올 때까지 참을성을 길러야 했다.

빠릿빠릿해야 하는 내 성격과는

대비가 되는 이 분위기가 나로서는 답답했다.

현지인들은 웃으며 기다리고

여유로운 모습을 내비친다.

아르바이트생들과 스몰토크를 하며

서로 칭찬하고, 예쁘게 웃음 짓는다.



 난 LA 첫날에 여유로움을 배웠다.

 용기가 내게 준 기특한 선물은 여유로움이었다.

하지만 이 여유로움이 익숙지 않아서..,,



사람이 여유로울 수도 있는 거였다.

'어떻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아낄 수 있을까?'

'어떤 일이 내게 이득을 가져올까?'

나는 융통성을 추구하면서 지내왔던 거지,

나의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퇴사를 잘했다고 생각하다가도

내 나이는 아직까지 청춘이라고 말을 해도

저마다 다른 잣대에 휘둘릴 때도 있었는데,

서른을 앞두고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것과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는 나이의 잣대가

한 번씩 나를 불안하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나 이렇게 여유로운 사람들을 보고

직장을 다니면서 이렇게 길게 쉰 적 없던

나는 적응이 더욱 안 됐다.


여유로운 마음을 일러주는

LA의 분위기를 적응하려 했다.

사람은 쉬어갈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여유로움을 닮고 싶은 마음도 자리 잡았다.


여유로워도 잘 살아갈 텐데.

여유를 부리는 사람이 되어보지 못해서 

여유로운 감정을 모른다.




잊히지 않을 캘리포니아주 안에 있는

라스베이거스가 아닌

 로스앤젤레스(LA)!


교과서로 배우는 기본적 지식이 아니라

경험으로 뇌리에 어쩔 수 없이 박혀버린

이 지리적, 문화적 경험은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을 걸 확신한다.


미국여행 첫 시작에 큰 선물을 받았다.

자 이제 여유로움을 가지고 여행을 즐겨보자.



역시 백문 불여일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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