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로 산다는 것

침잠 속에서 피운 교육의 꿈

by 여현주

2023년, 나는 교실을 떠나 교육지원청 장학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부터 교육은 나에게 새로운 얼굴을 드러냈다. 현장은 교사의 열정과 학생의 웃음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그 뒤에는 아동학대 사안, 교권 침해 민원, 학교폭력 심의, 양성평등 문제 등 수많은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하루에도 몇 건씩 밀려드는 사건 속에서 나는 때로 행정인처럼, 때로 법률가처럼, 또 때로 상담가처럼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늘 “학생을 지키는 일, 교사를 지켜내는 일”이라는 명제가 있었다. 1년차의 나는 다양한 사안에 대응하며, 교육행정이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교육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임을 배웠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마다 ‘교육의 방패’가 된다는 책임감은 나를 더 깊은 사유로 이끌었다. 인성교육과 세계시민교육 사업을 병행하며, 단순히 사건을 수습하는 수준을 넘어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2년차에 접어들자, 나의 관심은 눈앞의 사안 대응을 넘어 구조적 혁신과 인프라 구축으로 향했다. 발명교육센터 재구축, 미래형 과학실 조성, 과학고 설립 추진은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지역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이었다. 광명에 과학고를 세우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45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되었고, 이해관계자 간의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나는 설득과 협력, 그리고 합의의 중요성을 절실히 배웠다. 교육행정은 갈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통해 공동의 비전을 도출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환경교육을 위한 ‘그린어스 공유학교’ 운영은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교육이 교실을 넘어 마을과 도시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시기의 경험은 나에게 교육정책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단단히 다져주었다.



2025년, 세 번째 해에 접어들며 나는 본질로 돌아왔다. 교육과정, 수업, 평가, 기초학력. 더 이상 사건이나 프로젝트가 아니라, 교육 그 자체의 핵심을 다루는 영역이 내 앞에 놓였다. 초등 교육과정을 총괄하며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학생들이 겪는 학습 격차를 더 면밀히 살피게 되었다. 기초학력 보장 지원사업과 진단·보정 시스템 운영은 ‘모든 학생이 배움의 권리를 누리도록 한다’는 헌법적 가치의 실천이었다. 또한 지역화 교재 개발과 실천중심 장학자료 제작을 통해, 추상적인 정책을 구체적 자료로 환류시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이제 나의 시선은 단순한 대응이나 혁신의 기획을 넘어,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데 맞춰졌다.



돌아보면 지난 3년은 **사안 대응(1년차) → 혁신·인프라 구축(2년차) → 교육 본질 관리(3년차)**라는 흐름 속에 있었다. 처음에는 폭풍우 같은 사건을 막아내며 학생과 교사의 안전을 지켰고, 이후에는 지역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마지막에는 교육과정과 기초학력이라는 본질을 다루며 교육의 뿌리를 가꿨다. 이 궤적은 단순한 직무의 변화가 아니라, 교육전문가로서의 역량이 점차 확장되고 심화된 과정이었다.



나는 이제 안다. 교육전문직의 역할은 단순한 행정 집행자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을 지켜내는 방패이자 미래를 설계하는 디자이너이며, 교육의 본질을 가꾸는 정원사라는 것을. 지난 3년은 나를 그렇게 빚어주었다. 앞으로도 나는 교육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변화의 물결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장을 위해 사유하고, 정책을 통해 답하며, 교육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장학사로 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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