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다이어리

3년의 침잠과 교육의 꽃

by 여현주

2023년의 봄, 나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교사에서 장학사로, 익숙한 교실을 떠나 교육지원청의 낯선 책상 앞에 앉았다. 서류와 민원, 그리고 쏟아지는 사건들. 아이의 눈물이 담긴 아동학대 사안, 교사의 한숨이 서린 교권 침해, 부모의 울분이 얽힌 학교폭력 심의. 나의 첫 해는 마치 폭풍우 속에서 돛을 단 배를 조종하는 일과도 같았다. 행정심판과 소송의 파도 속에서 격렬히 흔들리며도, 나는 끝내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학생을 보호하는 일, 교사를 지켜내는 일, 그리고 학교라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일이 동시에 내 어깨 위에 얹혔다. 때로는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졌지만, 그 모든 아픔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깨달았다. 교육이란 결국 사람을 위한 방패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더욱 깊이 침잠했고, 그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희망을 길어 올렸다.



이듬해, 2024년의 나는 다른 바다에 발을 디뎠다. 더 이상 눈앞의 파도를 막아내는 것에만 급급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새 항로를 개척하는 뱃사람이 되어야 했다. 발명교육센터를 새로 짓고, 광명에 과학고를 설립하기 위한 시민들과의 수많은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450건의 민원 속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는 때로는 매서웠지만, 그 안에는 교육을 향한 간절함이 서려 있었다. 나는 그 목소리들을 꿰어내어 설득의 실로 엮었고, 결국 과학고 유치를 향한 하나의 합창을 만들어냈다. 또한 환경 단체와 손잡고 ‘그린어스 공유학교’를 열며 아이들에게 지구와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쳤다. 그날, 가을밤의 하늘 아래 열렸던 환경 콘서트의 불빛은 지금도 내 눈에 선명하다. 혁신이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연결이 모여 새로운 길을 여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 2년차 장학사인 나는 더 이상 폭풍에 흔들리는 배가 아니었다. 스스로 항로를 그리며 나아가는, 조금은 단단해진 항해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2025년, 세 번째 해의 문 앞에서 나는 마침내 고요한 바다를 만났다. 이제 나의 눈은 사건의 파도 너머, 프로젝트의 지평 너머를 바라보았다. 교육과정, 수업, 평가, 그리고 기초학력. 교육의 본질을 이루는 뿌리들이 내 손에 맡겨졌다. 아이들이 쓰는 교과서 한 줄, 교사의 수업 속 한 문장,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진단 시스템 하나하나가 모두 ‘질’의 문제였고, ‘성장’의 문제였다. 나는 더디더라도 곧은 뿌리를 내리는 나무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의 학력이 단지 점수가 아니라, 삶의 힘이 되도록. 그래서 나는 교실의 목소리를 더 깊이 듣고, 교사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정책과 현장을 잇는 다리가 되고자 했다. 3년차 장학사인 나는 마침내, 교육의 본질을 지켜내는 일을 배우고 있었다.



돌아보면, 지난 3년은 한 편의 긴 항해와도 같았다. 첫 해는 거센 파도를 막아내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해는 미지의 바다에 길을 내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해는 고요한 물결 속에서 바다의 본질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사안 대응에서 시작해, 혁신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마침내 교육의 본질을 관리하는 자리로 나아온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업무의 변화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깊어지고 넓어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성장의 궤적이었다.



나는 이제 안다. 교육은 늘 새로운 파도를 몰고 오겠지만, 그 속에서도 침잠하며 사색할 때 비로소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경쟁의 시대를 지나 존엄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 그것이 내가 걸어온 세 해의 기록이며, 앞으로도 지켜가야 할 나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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