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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Nov 25. 2022

난생 첫 북토크를 열다

책을 매개로 이뤄진 존재와 존재의 만남


인생은 참으로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신묘하고도 재밌는 것.





난생처음으로 북토크를 경험할 기회를 얻게 됐다.

여자친구과 함께 쓴 첫 커플 에세이집 <만원 버스에서 내려 걷는 중입니다>이 저 멀리 경남 김해시까지 가닿은 것.


우리의 책이 연고도 없는 동네에 있는 한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으로 선정된 것도 감동인데,

더 나아가 우리 둘을 초청해서 북토크 자리까지 마련해 주시다니!

처음 제안을 받았던 당시의 설렘,

그리고 북토크 현장에서 느꼈던 따뜻한 감정이 지금도 생생히 느껴진다.


어떻게 지나갔나 싶기도 하면서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지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왔다.

앞으로도 이날 하루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



북토크는 경남 김해시 흥동 1통의 마을회관에서 진행되었다.

학술회나 세미나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편하게 우리의 얘기를 하고 오면 되는 자리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첫 북토크인데 준비를 하지 않을 순 없었기에

하루 전날 밍과 함께 김해 공항 근처에서 숙박을 하면서까지 준비를 이어갔다.

카페에서도, 그리고 숙소에서도.


둘이서 가열차게 준비에 함께 열중하는 순간에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세상에 우리 둘만 존재하는 기분. 그런 기분으로 전날 밤을 보냈다.



***



다음 날. 북토크 당일 아침.

시작 시간보다 40분 정도 일찍 북토크 장소에 도착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날씨 요정'이라 칭한다. 둘이 같이 집을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면 꼭 날씨가 좋아진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날씨가 부쩍 추워지고 겨울이 왔나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다. 마치 초가을 날씨처럼 햇살이 따사롭고 공기는 쾌청했다.

소음 한 점 없이 조용한 그곳의 분위기에 마음이 절로 차분해졌다.


밍과 함께 주변을 거닐며 마지막으로 합을 맞춰봤다.




우리를 초청해 주신 흥동로 북클럽은 10명 미만의 소규모 독서모임이지만

모임 리더분이 능력이 출중하셔서 문체부와 김해시 차원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11시가 되기 전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회원분들이 모두 와계셨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밝은 미소와 구성진 경상도 억양이 쭈뼛대는 우리 둘을 따뜻하게 맞이해줬다. 담백한 환대에 긴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어떤 얘기들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었다.

그러다 결국 '우리다움'으로 귀결이 되더라. 우리의 '다름'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니까.

그 다름의 구체적 키워드인 비건, 비혼, 비고용 3가지 대해 둘의 생각을 풀어냈다.

출판사와 계약한 책을 쓴 도 아닌, 개인이 출판한 독립출판물을 한 권 썼을 뿐이다.

누가 알아줄 만한 사회적 성취를 이룬 것도 없이 여전히 삶이라는 여행의 길 위에 있는 우리다.

그런 우리의 이야기들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주시는 눈동자들을 보았다.

우리의 행보를 응원하는 애정 어린 미소를 보았다.

삶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밖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우리의 이야기가 끝난 뒤엔 독자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 분 한 분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공유해 주시거나

책을 읽으며 전반적으로 들었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다들 우리 둘보다 연배가 있으셔서 그런지 현실적인 관점에서 던지는 우려 섞인 질문도 나왔다.

그것이 칭찬이든, 감동이든, 혹은 걱정이든 중요치 않았다.

하나같이 모두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밑줄) 쫘아아악 보여요? 빨간 거 다 열심히 친 거


나랑 생각이 굉장히 비슷하고 코드가 맞는 지인들이랑
속 얘기까지 엄청 세세하게 나눈 기분 있잖아요.
진짜 구석구석 전부 다 다 이렇게 긁어주고
'어 맞지 맞지 맞지.' 하며 이렇게 공감을 주는.


커플이 같이 이렇게 책도 같이 쓰고
또 많은 부분에 있어서 공감을 하고,
이런 게 너무 진짜 사실 진짜 좋더라고요.
우리 부부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독자분들의 이야기 중에서)



독자분들과 일일이 눈을 맞춰가며 그들이 책을 통해 전해 받았을 우리의 생각을 가늠해 본다.

우리의 생각과 글은 그들이라는 육체와 정신을 거치면서 어떤 형태로 바뀌어 그들 속에 닿았을까.

그것의 형태가 어떻든 그날의 우리는 책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분명했다.

구면도 아닌데 그 자리가 매우 편안했다. 마치 나도 그 독서모임의 일원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그날 그 자리에서

가슴속 어딘가 따끈해지면서, 목 끝까지 그 기운이 차오르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



초청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독서 모임 리더님께서 손수 준비해 주신 음식으로 후한 점식 식사까지 대접받았다.

비건을 지향하는 우리 둘을 위해 (그리고 리더님도 비건을 지향하신다고 한다)

비건 김밥과 샌드위치, 그리고 각종 반찬과 과일 후식까지.

우리 둘에 대한 배려가 섞인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졌다.

가슴속까지 고양되는 듯한 기분을 느낀 뒤에 먹는 식사라 그런지 더욱더 달콤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식사까지 하니 그곳에 계신 분들과 보이지 않은 끈끈한 실로 연결이 된 기분이었다.


손수 준비해 주신 맛있는 비건 음식들




***


북토크 일정을 마치고 그곳에서 나오려고 하니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독자분들은 우리의 앞날에 축복을 기원해 주셨다.

북토크를 진행한 작가이기 이전에 우리는 그들의 자식이고, 조카이며, 동생이기도 했으니까.

그것은 또한 지난 젊은 날 각자 자신들이 품었던 부푼 꿈에 대한 응원이기도 하다.

끝내 그 길로 가지 못한 미련과 아쉬움 대신, 가슴 벅찬 설렘과 성취감을 느껴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작가님들이 아까 '누가 읽어줄까?' (라고 생각했다고) 했죠?
글에서도 그런 수줍음이 굉장히 많이 느껴졌어요.
근데 저는 본인들의 어떤 생각 하고자 바,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굉장히 신선하고 좋았거든요. 그냥 가감 없이 표현을 하면 앞으로 철학 책 심리학 책,
그런 책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그런 마음 버리고 (쓰시면) 정말 훌륭한 작가로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책 읽으면서 믿음이 먼저 들었어요.
그냥 불확실성을 가지고 (현실적인 측면을 무시하며) 그렇게는 안 하실 거라 그런 느낌.인생을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살아 보니까 이런 용기가 저는 더 대단하시고 부러운 것 같아요.

(독자분들의 이야기 중에서)



결국 그것은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응원이다.

자신만의 길을 걷겠노라 선언한 두 젊은 남녀에게 보낸 진심 어린 응원은

그들이 각자의 삶을 주도적이고 깨어있는 시선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이리라.



부모님들도 우리 자식들을 키우고
그냥 돈을 벌기 위해서 굉장히 일에만 몰두하시고
그러니까 소중한 것들이 다 그냥 지나가버렸던 것 같아요.
우리도 이 세상의 잣대에 맞춰서 삶을 살았고,
그러다 보니까 항상 아쉬움이 남는 거야.
내가 과연 뭘 하면 행복한지 이게 갑자기 혼란스러워지더라고요.
내가 뭘 했으면 행복했을까.


작가님들의 책을 읽으면서 
대리 만족했던 그런 것들이 저한테 공통분모가 됐던 것 같아요.


(독자분들의 이야기 중에서)


우리 역시 그분들이 각자가 마음에 품고 있을 가슴속 나침반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렇기에 그분들 삶을,

그리고 책을 통해 우리와 연결되었을 이름 모를 모든 독자분들의 삶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당신의 모든 걸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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