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소명을 떠올리기
오늘은 광복절. 잃어버렸던 나라를 되찾는 감정은 어떠했을까. 우주의 관점에서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기 마련이듯 광복 역시도 필연적 사건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침이 올 것을 알아도 유난히 깊고 어두운 밤이 있고, 봄이 오기 전 유난히 매섭고 혹독한 겨울이 있을 때가 있다. 광복을 기다리던, 독립을 기다리던 우리 선조들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또 그만큼 간절했을까.
그렇게 피와 눈물로, 목숨을 내던져가면서까지 지켜낸 이 나라는 지켜낼 가치가 있었다고 여겨질 만큼 그들에게 떳떳한가? 하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을 꺼내기가 어렵다. 그건 각 개인에게도 해당하는 물음이 된다.
한 생명의 태동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잉태하고 양육하는 것만으로도 위대하고 숭고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하고도 거룩한 창조 행위는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만들어 내는 일일 테니까. 그런 영광 속에 태어난 우리 모두는 그런 창조의 결과물로서 세상과 어떠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가?
'유기적'이라는 말속에 이미 '살아있음'이라는 뜻이 반영되어 있다. 단순히 숨을 쉬고 있어서 살아있다 말하는 게 아니다. 기계처럼 사는 게 아니라 생명체처럼 살아가는 것. 밤낮없이 늘 쫓기거나 혹은 늘 우울하거나 무기력하지 않고 빛나는 눈빛을 잃지 않고 있는지. 미소와 감사와 사랑을 언제나 지니고 사는지. 즐거움을 추구하고 여유를 잃지 않고 있는지. 살아있음이란 그런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법과 제도하에서만 통용되는 어떤 가치를 얻어냈느냐 마느냐에 생사가 달려있는 게 아닌 것이다.
위대한 생명 창조 속에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생(生) 본래의 특성들을, 영혼의 숨결과 빛깔을 잃어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느냐가 살아있음을 결정짓는다.
태극기는 아마 전 세계 국기 중 음양오행 사상, 우주의 조화의 균형의 에너지를 가장 잘 담아낸 유일한 국기가 아닐까 한다.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 4괘는 모두 음양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이뤄진 천지만물을, 그 조화 속에 사는 우리 모두를 나타낸다. 여기에 담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일관된 키워드는 조화다.
조화는 각자가 각자의 역할과 소명을 다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사회가 정해준 역할이 아니라, 유행과 시류가 정해준 기준이 아니라, 가슴과 영혼이 부여한 자기만의 삶의 소명을 찾고 그것에 헌신할 때 이루어진다. 광복절을 맞이하며 우리는 그러한 조화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 그러한 조화를 최소한 지향이라도 하고 살고 있는지 되물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