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0분이라도 좋으니 지금 떠올리는 상념들을 그저 이곳에 쏟아내자. 단 몇 분의 쏟아냄 만으로도 다른 영역은 차단되고 내 안의 공간들을 떠도는 낱말과 생각 등에 초점이 온전히 맞춰질 수 있다. 그것은 끊김이 없이 계속 이어지는 끈처럼, 아니면 실타래처럼 계속해서 나온다.
근사한 글을 써내려 하지 말자. 결과를 바꾸려 들지 말자. 그저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꾸밈없이, 진정성을 담아서 드러내는 것에만 집중하자. 꾸미려 하지 않을 때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글이 완성된다.
집착과 고뇌는 영감의 원천이 되는 감정이 아니다. 영감은 기다림이고 비워둠이다. 마치 언제나 자식의 방을 비워두고 언제든지 고향에 내려오면 머물다 가라 말씀하시는 부모들의 마음으로, 그것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의 공간을 만들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여유를 갖춰야, 조바심을 거둬야만 하나둘씩 무언가가 써지기 시작한다.
쓴다는 게, 내 안의 그것을 꺼내어 낸다는 게 이 지점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무엇이 꺼내어지는지는 적어도 이 단계에서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과정, 그 행위 자체에 깃든 숭고함을 발견할 줄 알아야 창작이라는 행위를 지속할 수 있다.
창조는 모든 인간의 본능이다. 번식욕도 가장 근원적인 창조 욕구다.
타인이 만들어 낸 결과물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세간의 평가는 물론 당시의 시대상이나 대중의 취향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운의 영역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나'라는 창구를 거쳐 이내 세상으로 나온 그것은 이미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게 그저 남의 것을 모방하고 베끼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적어도 우주적 관점에서는 말이다. 그러니 그것이 무엇이든, 창조 행위 자체는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
내 안의 그것을 세상 밖으로 끊임없이 내어놓는 산파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