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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Dec 21. 2022

멀티 태스커라는 착각

귀여운 발 크기 차이


눈 밟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눈 쌓인 날엔 꼭 산책을 한다. 이 나이 먹도록 지키고 있는 나의 몇 안 되는 순수한 면모 중 하나다.


눈 쌓인 날은 아이들에겐 천국이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고 썰매를 타며 지금에만 누릴 수 있는 선물을 만끽한다.



30분 정도 돌고 와서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할 즈음에 아이들이 있던 그 자리에 왔다. 날이 어둑해져 가는데도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르고 그대로 있었다. 대단하다.



아마 그들은 산책하면서 인스타에 스토리를 올리거나 눈 쌓인 광경을 즐기기보다 사진에 담기 바빴던 나와 달리 그 순간과 하나가 되어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겐 오직 현재뿐 그밖에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테다. 그 몰입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내가 연습하는 것 중 한 가지는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굉장히 어렵다. 나는 앉은자리에서 1-2시간 명상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혼자 밥을 먹을 때 휴대폰 없이 먹는 것은 어려워서 매번 연습한다.


심리학자 미하이칙센트 덕분에라도 집중하는 것. 특히 몰입하는 것의 중요성은 매일 더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알려진 것 같다.

그럼에도 실상은 몰입과는 거리가 먼 것들로 채워진 일상을 보내는 게 대부분이다.


나는 가장 큰 해악으로 멀티태스킹을 꼽는다. 우리는 밥 먹을 때 혹은 심지어 걸을 때도 스마트폰을 보거나, 쉬면서 일 걱정을 하고 일하면서 휴가 계획을 짠다. 당사자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처리해서 시간을 아꼈다고 기세등등할지 모르나 실제로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하나씩 각개격파 할 때에 비해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게 없을 때가 더 많다.


원인은 스마트폰 중독.. 아니 조급함이다. 조급하니까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조급하니까 욕심을 부린다. 조급하니까 걸을 때도 뭔가가 궁금하고 심심해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앞에 오는 사람을 못 보고 부딪히는 것이다.


출처: 과나, <망태 할아버지>, Youtube


인내가 필요하다. 인내는 너그러운 태도를 갖는 것이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럴 때 몰입은 더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결과와 능률은 당연히 조바심을 내면서 촐랑거릴 때에 비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조바심은 순간을 수단으로 본다. 결과만이 그것이 탐하는 바다. 인내심은 순간이 곧 목적이다. 순간에 머무는 것은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삶의 유일한 목적이 눈사람 만들기 밖에 없다는 듯 그 순간에 몰입하는 그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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