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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Jan 03. 2023

불법이라고 다 악은 아니다

법보다 때로 중요한 것은

올바른 법치주의란 무엇일까? 준법정신만 투철하면 될까? 그것이 극단으로 가면 법 조문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뭐든 해도 되고, 그게 올바른 행위일 가능성이 있더라도 ‘불법’이면 그른 행동이 된다.


법만 지키면 장땡인 게 올바른 법치주의인 건 아니다. ’법의 정신‘에 준하여 판단해도 올바른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즉, 그 법이 만들어진 맥락을 이해하고 그것이 시대나 상황에 맞지 않을 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줄 아는 태도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저 규정을 어긴다고 ‘불법’이란 딱지만 붙인다고 행동의 시비가 가려지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걸 모를까?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당장에 정부가 내일부터 저녁 8시 이후로 통금령을 내린다고 법으로 정한다고 해서 그게 법이니까 따라야 한다고 생각할까? 천만에. 당장 온 시민이 들고 일어서서 대규모 현 정부 규탄 시위를 열 것이다.


왜냐고? 그걸로 자신이 피해를 입게 되니까. 그만큼 모든 사람이 거의 동일하게 피해를 입는 결과로 인해 가해자-피해자, 혹은 선과 악이라고 비유될 수 있는 이분법적 구조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장연의 시위는 조금 더 복잡하다.

비장애인들도 그들의 이동권 보장이 필요하고 그 메시지를 알리는 게 좋단 건 알겠는데 슬슬 자신이 겪는 불편과 그로 인한 짜증이 쌓이다 보니 도덕에 관한 자신의 기준과 양심이 흐릿해져 가는 것이다.


끝내 사람들은(엄밀히는 시스템은, 그리고 그 권위에 편승하는 일부 시민들은) 생각하기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인지 부조화에 대해 ‘합리화‘라는 자의식 보호책을 긴급히 강구한 것이다. 당장의 내 불편, 내 불만족이 우선이다. 자기 코가 석자라 이거다.


그래서 평범한(그리고 비겁한) 시민은 법이라는 시스템 뒤에 교묘히 숨어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흐려진 양심을 가린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하지 ’ 못하고‘(사실은 ’않고‘) 세상의 눈치를 본다.


‘그거 불법이잖아?’


이것이 생각하기를 거부한, 또는 포기한, 사람들이 내뱉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에 대해 그나마 남아 있던 양심의 태동마저 일축시켜버리는 한 마디다.


미안하지만 그 정도 판단은 시리나 빅스비도 한다.

아니 머지않아 걔네가 그들보다 더 잘할지도.


문자를 보낸 당사자들, 그리고 거기에 격하게 동의하는 자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정말 그게, 그들의 절규가, ‘불법’이라고 치부하고 무시하면 그만일 행위인지. 자신이 그런 불편을 안고 태어났어도 같은 말을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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