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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Jan 30. 2023

壬寅년 癸丑월 네 번째 기록

주간단남 1월 4주 차

[주간단남] 시리즈에서는 제가 매일 아침 50분 가량 글명상을 했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누고 싶은 내용을 공유합니다.

발췌한 문장들은 제가 적었던 문장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맞춤법 오류, 비문 등 많을 수 있음)

굵은 글씨로 표시한 문장은 제가 새롭게 깨달았거나 꽂혀 있는 '생각'을, 밑줄 친 문장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표기했습니다.



무의식은 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식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페터 비에리, <자기결정> 中





23.01.23 (월)


(..)

남의 시간은 정말 속절없이 흘러감을, 역시 그 이유엔 세월에 야속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의 세월을 야속하게 대했음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잊고 살면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리는 것이 타인의 시간이다. 내가 잊고 사는 사람들, 사실 그렇게 잊어버려선 안 되는데 무심하게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는 그런 관계들이 또 있나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

많은 것을 앗아가버린 그 사건 이후로 분명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기는 쉽지 않다. 설령 죽음이 온다고 해도 인간은 많은 것을 바꿀지언정 모든 것을 바꾸진 못할 것이다. 그만큼 ‘나’의 욕망, 에고의 욕망을 내려놓고 피해의식과 보상심리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23.01.25 (수)


(..)

스스로가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이라 생각하지 말자. 실제로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은 분명 존재하며 나는 그(들)을 위해 글을 쓴다.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존재의 유무가 중요하다. 내 생각과 글을 궁금해해주는 사람들의 존재. 그것이 올라오지 않으면 궁금해할 사람들의 존재.


(..)

일상의 리듬으로의 복귀에는 루틴만 한 것이 없다. 일상이 어떠했는지는 머리보다도 몸이 더 잘 기억한다.


(..)

남 욕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을 볼 때, 그것이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나 자신 또한 잠재적 타깃이 될 수 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

내 감정을 분별하는 사람은 조건만 갖춰지면 남의 감정도 분별하며 남이 자신의 감정을 분별하는 것은 또 극도로 싫어한다. 마찬가지다. 남의 창작물을 냉혹히 평가하는 사람은 남들 또한 그럴 것이라 생각해서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기 일쑤고, 언제나 완벽주의에 시달린다. 그러한 고통은 모두 세상이 안겨준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이다.


나 역시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세상에 뿌린 씨앗들이 내 경험을 만든다. 요 며칠 새 내 경험은 내가 세상을 바라본 최근의 관점이 맑고 청하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자신의 머릿속과 가슴이 혼탁하지 않다면 눈앞에 펼쳐지는 삶의 모든 순간 역시 맑고 순수함의 연속이리라.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언제나 귀결은, 돌아와야 할 곳은 나 자신의 내면이다. 남 탓, 세상 탓을 습관처럼 일삼던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엔 나의 안으로 침잠해야 한다. 모든 것이, 만물이 내 안에 있다. 원하는 삶은 밖에서 분투하며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깊이 있게 안으로, 안으로 침잠하여 그 속에서 역으로 건져올리는 것이다. 그것이 삶을, 세상을 디자인하는 근본적인 방식이다.


(..)

쓸 거리가 존재하고 그곳에 몰입하기만 하면 모든 것은 절로 이뤄진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도달해 있다.



23.01.26 (목)


(..)

하늘에서 펄펄 눈이 또 쏟아져 내린다. 잠들기 전 세상과 잠에서 깨어난 이후가 크게 다를 바 없는 비슷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겐 이와 같은 날씨의 변화가 신선한 알아차림을 제공해 준다. 아무것도 없었을 상태에서부터 그 누구도 보지 않는 야심한 시각 내내 차곡차곡 스스로를 쌓아 올렸을 눈을 생각하면 대단하고도 경이롭다.


명절 때 오랜만에 본 친척 동생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버려 유수 같은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만 논할 문제가 아니다. 시간을 눈에 보이는 변화로 구현한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조금씩 더 성장했을 세포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장엄한 결과를 가져오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어떤 경지든 간에 꾸준하고 성실한 노력을 쏟아야 하는 일정량이 있다. 절대적인 노력치와 상대적인 노력치 모두.


(..)

남들이 보지 않을 때, 아무것도 이룬 게 없이 초라할 때, 아랑곳하지 않고 정진하고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상이 무엇인지 보다도 바로 그 한결같음에 깃든 어떤 숭고함 같은 게 있다. 그것이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일으키는 커다란 힘으로 변모한다.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적절한 때가 갖춰진다면 말이다.


꾸준함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해봐도 뭐가 없더라고 말하는 것에는 거기에 깃든 또 하나의 가치를 간과한 말이 된다. 바로 묵묵함. 꾸준하다는 것과 묵묵하다는 것은 거칠게 보면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긴다.


묵묵함은 결과에 대한 집착이 없는 상태다. 자신이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는 응당 하늘이 알맞게 점지해 줄 것이라 믿는 것이 묵묵함이다. 이는 순리에 대한 믿음이요, 그 순리의 일부인, 그 순리에서 태어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혹은 무언가에 대해 더 바라는 것 없이 그 자체로 어떤 대상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도 묵묵함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

사활을 건다는 표현을 종종 듣곤 한다. 그것이 삶에 던지는 의미는 어떠한가. 모든 것을 내던지고 어딘가에 헌신하는 모습, 또는 그런 각오. 인간의 삶에서 위대함이 엿보이는 순간 중 하나다. 그러나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헌신과 내던짐, 필사의 각오라는 것 자체를 삶의 필수 요소인 것처럼, 마치 어떤 더 큰 목적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필수 관문인 것처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떤 상태에서 자연스레 펼쳐지는 결과에 현혹된 나머지 그 결과 자체를 목적으로 두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가령, 수험생이 되면 공부 이외에 주의를 빼앗는 모든 요소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표명한 사람에게서 자연스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절로 나온 결과일 뿐이다. 그걸 보고 공부에 집중하려면 공부 외의 것을 다 차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차단이라는 결과적 모습을 목적으로 잘못 둔 모습이다.




23.01.27 (금)


(..)

아, 그래 이제부터 시작 시간을 날짜와 함께 적어둬야겠다. 훨씬 더 그 순간에 머무르는 기운이 잘 담겨있으리라.


(..)

인간관계는 표현에 의해 맺어지고 또 유지가 된다. 유지를 넘어 발전과 확장까지 가능케 하는 것이 표현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욕심이다. 인간은 언어로 소통하지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

세상은 음과 양으로 나뉘듯 이판과 사판으로 나뉘어 보는 관점도 마찬가지다. 음양은 또 오행으로 나뉘고 오행은 다시 각각 음양으로 또 나뉜다. 만물은 이렇게 끝없이 나뉘고 분화하여 뭉치고 흩어지며 그만의 체계를 만들어 두었다. X파일, 소위 음모론이라는 것은 이판과 사판의 영역으로 구분되는 세상에서 또다시 음과 양으로 구분한 하나의 이면에 다름 아니다. 이판의 영역과 사판의 영역을 고루 걸쳐 있을 뿐.


결국 세상은 프레임의 향연이다. 우리는 단 하나의 세상을 두고 각자의 프레임만으로 그것과 관계를 맺는 코끼리 아래의 장님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별 프레임에 갇히는 것은 무의미하다. 프레임 너머를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프레임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안경도 써봐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맨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익혀야만 한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대오 각성이요, 제3의 눈의 개안이리.





[주간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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