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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Jan 22. 2024

甲辰年 乙丑月 세 번째 기록

[주간단남] 1월 3주차

[주간단남] 시리즈에서는 제가 매일 아침 글명상을 했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누고 싶은 내용을 공유합니다.

발췌한 문장들은 제가 적었던 문장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맞춤법 오류, 비문 등 많을 수 있음)

굵은 글씨로 표시한 문장은 제가 새롭게 깨달았거나 꽂혀 있는 '생각'을, 밑줄 친 문장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표기했습니다.



무의식은 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식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페터 비에리, <자기결정> 中





24.01.15 (월) 


(..)

함이 없이 하라. 난 이 무위의 법칙에 담긴 말뜻이 참 좋다. 무언가를 하지만 하지 않는 것, 무언가를 안 하지만 안 하지 않는 것. 이 오묘한 상태와 태도는 힘 빼기라는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며, 시선을 바깥이 아닌 내부로 두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를 하면 기대가 생기고 기대가 생기면 그다음에 느낄 기분이 결과의 양상에 지배받게 된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화된 반응의 덫에 걸리는 것이다. 힘을 뺀다는 것은 과정 자체에 전심을 다하여 임하되, 결과에는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무언가 받는다면 그건 내가 내놓은 것에 대한 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른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진인사대천명이다.

내면에 시선을 둔다는 것은 내가 경험하는 세계 그 자체에만 정신 집중해서 살아감을 말한다. 타인을 변화시키려고 남의 세계에 기웃거리는 것은 무위의 법칙에 어긋난다. 나는 그저 나의 세계에만 집중할 뿐, 타인도 그들만의 세계에 머무는 것을 존중한다. 진정 감화가 일어난다면 변화는 절로 일어난다. 강요하지 않아도 다른 세계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외교 신청을 한다. 그것이 함이 없이 하는 태도다.

(..)

그러나 자신을 떠나면 어떠한 불이익이 생길지 은근히 평소에 세뇌하듯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세계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세계에 집중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교주' 기질이 있는 사람들. 자매품(?)으로는 '어디 가서도 볼 수 없는 혜택'이라니,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니 하며 상대의 초조와 불안을 자극하는 기법을 활용하는 자들이 있다. 이런 것들이 마케팅이라며 추앙받는 현실이다.

세상은 내가 내놓은 만큼 고스란히 돌려받는다. 남들의 불안을 자극해서 먹고사는 사람은 반드시 그에 준하는 것을 언제든, 어떻게든 되돌려 받는다. 그러니 무위를 실천해야 한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내 주변의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면서 말이다.



24.01.16 (화)


(..)

내게 다음 노트북이 생긴다면 그땐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지 않으리. 그것은 일종의 기록이다. 그때 당시의 내가 꽂힌 것에 대한 기록. 나는 흐르듯 변하는데 변화의 한순간을 포착한 것들은 고정되어 그 자리에 있다. 사진을 보면 흘러온 시간을 알 수 있고 글을 봐도 과거의 나의 생각에 대해 알 수 있듯 말이다. 

어느덧 6년이나 사용 중인 노트북인 만큼 그간의 나의 많은 행적이 노트북의 겉과 속에 모두 두루 담겨 있다. 개별적인 포착물에도 나름의 의미는 있겠지만 그 주체와 연관이 되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고정적인 존재가 아니게 된다. 누군가에겐 그저 이름 모를 귀여운 아이의 사진이 나를 만나면 '나의' 어린 시절이 된다.

보이지 않지만 내가 나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며,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내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난다. 그렇게 인간은 어쩌면 과거의 자신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기에 2세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은 이어지고 생 속에 담긴 자신의 의지의 흔적 또한 이어진다. 집단 무의식은 그런 식으로 쌓여온 것이겠다.

자신의 장면 장면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어떤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사진 속 내 모습 역시 시간에 따라 달라지지만 눈코입의 도드라지는 특징은 변치 않듯이 나의 기록 속에서도 '나'라는 인간, 아니 어쩌면 그보다 커다란 존재가 추구하도록 점지해둔 방향성의 실마리가 놓여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지만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의 존재에 주목할 줄 알아야 한다. 사고하고 고민하고 깨닫는 영혼의 성장은 옛날 고대에서나, AI가 만연할 머지않은 미래에서나 늘 한결같이 존재해왔고 언제나 그 시대에 걸맞은 진보와 혁신을 이끌어 왔다. 마찬가지로 늘 깨어있는 것의 중요성 역시도 변치 않고 계속해서 존재할 테다.




24.01.19(금)


(..)

늦잠을 잤지만 자리에 앉았다. 멍-한 머리를 깨우기 위해서, 그리고 모닝 페이지를 당연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습관은 존재성의 영역이다. 그 존재가 계속해서 각인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되면 그것을 계속하게 되니 또 각인이 깊어지는 순환고리가 형성되며 자체적으로 강화가 된다. 

그것이 사소한 것이든 대단한 것이든 무언가를 습관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가져가는 사람들은 모두 별생각 없이 그냥 당연하게 하는 면모가 있다. 힘주면 오래가지 못한다.

(..)

열풍 속에서 흥분하지 말고 그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잘 생각해 보자. 감독이 되어야 하는 시대, 모두가 기획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 인간이 인간다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24.01.21 (일)


(..)

사람이 한 번 뭔가를 특정 관점에서 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인다. 착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웬만하면 다 착하게 보이고, 재수 없다 생각하면 착한 행동을 해도 아니꼽게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은 이토록 힘이 대단하다.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자기 렌즈의 시야의 톤 앤 매너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것이 무의식의 지배를 받기에 의식적인 조정이 상당히 어렵단 것이다. 의식적인 렌즈 조정이 가능하려면 별도의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인간의 영성적인 측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본주의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

내 생각에 자기개발의 최종 종착지는 영성이다. 정확히 말하면 어느 길로 가든 최종적인 도달점은 그곳이다. 단순히 정신적 성숙, 예의범절 이런 것을 떠난 본질적인 측면에서의 승화. 나라는 존재를 가능케 했던 근원적 존재로의 회귀. 우리는 모두 근원적 존재로부터 파생되어 각자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경험코자 이 땅에 나왔기에 결국 되돌아갈 곳은 모두 같다. 그러니 어찌 모두가 연결된 존재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틈날 때마다 이러한 개념을 꺼내어 보고 또 보아야 한다. 종국엔 머리론뿐만 아니라 가슴으로까지 느껴야 한다.

(..)

늘 멋지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때, 그게 충족되지 못할 경우 수치심이나 두려운 감정이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게 느껴진다. 기어올라오지는 않지만 저 아래에서 그 확실한 존재감을 내뿜는 것이 보인다. 

(..)

모든 것은 사람 마음의 '장난질'이요, 이를 온전히 의식적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훈련되지 않은 사람에겐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기에 마음수련은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늘 이뤄져야 한다. 알아차림이면 충분하다. 어떤 사건과 그에 따른 자신의 반응 이면에 서린 자신의 욕구의 온상을 그저 가만히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 수련이 된다.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꽤나 지루하고 고통스럽고 때론 두렵기 때문이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쾌보다 불쾌에 가깝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필요에 의해 불쾌를 선택하는 게 인간이 지닌 능력이다. 그런 과정이 곧 자유다. 본능을 거스르는 의식적 행위. 그런 선택이 선사하는 자유로움이 곧 쾌다. 가장 근원적인 쾌. 인간은 스스로 본능을 거슬러 선택하며 살아갈 때 가장 자유롭고 실존적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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