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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Jan 29. 2024

甲辰年 乙丑月 네 번째 기록

[주간단남] 1월 4주차

[주간단남] 시리즈에서는 제가 매일 아침 글명상을 했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누고 싶은 내용을 공유합니다.

발췌한 문장들은 제가 적었던 문장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맞춤법 오류, 비문 등 많을 수 있음)

굵은 글씨로 표시한 문장은 제가 새롭게 깨달았거나 꽂혀 있는 '생각'을, 밑줄 친 문장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표기했습니다.



무의식은 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식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페터 비에리, <자기결정> 中





24.01.24 (수) 


(..)

어제 본 영상 중 조던 피터슨 교수가 나와서 초개인주의와 냉소주의, 허무주의에 빠진 요즘 세대들을 향한 일침이 담긴 것이 있었다. 왜 이렇게 그날따라 그가 낯이 익나 했더니 어딘가 나의 활 스승님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 신기했던 건 피터슨 교수가 자아 정체성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어떤 개념이, 다시 말해 혼자서 골몰하며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 간의 '관계' 속에서 비롯된다고 했던 내용이 내가 예전에 읽었던 스승님의 청소년을 위한 철학 책에서도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그 책에서도 '자아'란 '기억'과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지 머릿속에 있는 개념이 아니라고 나와 있었다. 이러한 것도 단순한 우연의 일치는 아닐지도 모른다.

(..)

그대여, 두려움으로 일어나는 온갖 생각과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멈칫하고 있는가. 그것이 아무리 있음 직한 일이라고 해도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함을 떠올려라. 현실로 눈앞에 펼쳐지기 전까지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니 필요 이상으로 그것에 빠져 있지 말라. 

다르게, 자신의 예상 밖으로 무언가 진행될 여지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사실 잘 따져보면 대부분의 상황이 내 예상과 통제 너머의 양상으로 펼쳐진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당신이 자신의 예상에 부합했던 사례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하여 편집되고 왜곡된 기억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인간에겐 '맹점 편향'이 있다 한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이 자신은 평균 이상의 지각력과 분별력을 갖춘 존재라고 여긴다. 그런 현상 자체가 맹점 편향의 증거가 되는 셈이니 이것 참 웃지 못할 아이러니다. 늘 겸손해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은 없다고 여겨라. 내가 보고 듣고 믿고 만들어 낸 모든 생각은 오직 나의 주관적 견해에 불과하다. 그게 내게 어떤 심리적, 물리적 실효성을 가져다주든 관계없이 말이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자신은 잘 모른다며 질문하는 사람이 알고 보면 더 똑똑하고 그릇이 큰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은 전자를 더 뛰어난 사람이라 평하겠지만. 그러면서도 어찌 그들은 스스로가 평균 이상의 지각력을 지녔다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오만한 사람이 권위에 더 잘 속는다. 자신도 그런 권위를 바라기 때문이고, 그것을 얻는다면 뽑을 수 있는 뽕이란 뽕은 다 뽑고자 혈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결정을 어떤 베이스로 내리는지를 유심히 잘 살펴야 한다.



24.01.25 (목)


(..)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고기 앞으로 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채식을 하는 내겐 이제는 썩 웃기지만은 않은 말이 되었지만, 그 맥락에 담겨있는 본뜻은 맛있는 음식은 부정적인 기분에서 빠르게 환기시켜주는 기능이 있다는 것일 테다. 

꼭 음식만이 아니라 기도문, 확언 등을 늘 곁에 두고 있다가 그런 내적 시련이 올 때 암송하는 것도 효과가 좋다고 할 수 있다. 단, 그냥 그 자체를 목적으로 생각하며 해야지, '안 좋은 기분을 사라지게 해야 해!', '이걸 하면 안 좋은 기분이 반드시 사라질 거야!' 등의 기대 심리 혹은 통제 욕구는 되레 역효과만 낸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무술에는 힘 빼기에만 3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제대로 익혀서 편안하게 하는 경지는 10년 이상 걸린다. 하물며 어쩌면 무술보다도 어려울지도 모르는 '삶'은 어떠하겠나. 힘 빼는 법을 배워야 무엇이든 그 진가를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몇 년째 손으로 모닝 페이지를 쓰는 데도 아직도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나는 아직 손으로 글을 쓰는 행위에 깃든 참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4.01.26 (금)


(..)

이곳은 강원도 정선의 로미지안 가든. 아침 7시에 일어나 함께 새해 첫 일출을 이제서야 보면서 2024년 갑진년의 기운도 받고 소망도 빌었다. 소망이라 해봐야 거부를 손에 쥐게 해달란 것보단 내가 내적으로 언제나 평온함을 잃지 않게 해달라 빌었다. 그리고 나와 주변 사람들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했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비록 채식은 아니었지만 정갈한 조식을 먹었으며 향이 무척이나 좋았던 커피까지 한잔했다. 숙소로 돌아와 개운하게 샤워까지 마치고 나서 이미 동이 터버려서 그냥 넘길까 했던 모닝페이지를 썼다. 그녀의 권유에 의해서다.

때로는, 아니 어쩌면 생각보다 제법 많은 경우에 우리는 타인의 의견에 열린 태도로 임하는 것이 예상 밖의 경로로 나를 인도할 때가 많다. 자의식에 가득 절어있다면 그것마저도 자신이 일궈낸 것이란 착각에 빠지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내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통제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기 시작하면 그에 맞는 것들이 내 앞에 속속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타인의 의견에 조금 더 가슴을 열어야 한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그 큰 그림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 어쩌면 내가 스스로 그려낸 큰 그림에 다가가는, 내가 의도치 못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24.01.27 (토)


(..)

그녀의 대운이 바뀌고 있어서 그런 걸까. 우리가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는 것들이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기상 직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이따금씩 엊그제 들었던 윤도현의 <흰수염고래>가 머릿속에서 들려온다.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이 가사가 내 손끝을 거쳐 여기 이 종이 위에 새겨진다. 그 여정에 나의 동반자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둘이 함께 세상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우리 둘만의 버전으로 된 흰 수염 고래가 되어서 말이다.



24.01.28 (일)


(..)

어제 본 영화 <중경삼림>의 OST가 아른거린다. 이유는 모른다. 특별히 재밌었다거나 감동적이었다거나 하지도 않았는데도 그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디 뭐 얼마나 임팩트 있는 작품인가 보자.' 하는 비뚤어진 태도로 봤기에 그 작품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선입견은 이토록 인간의 경험에 실로 커다란 영향을 끼치나 보다.

(..)

내가 직접 겪은 청춘의 시절도 아닌데도 그들의 꽃 피던 청춘 이야기에 왜 내 가슴까지도 마치 그때를 겪어본 사람이 된 것처럼 아련해지는 것일까.

과거는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고정된 사실 때문에 더 아름답고도 아련하게만 느껴지는 듯하다. 동시에 지금은 없지만 그때는 존재했던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땐 몰랐지만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뒤늦게 깨우치게 된 것들. 혹은 누군가에게 그것은 가져본 적이 없기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기표는 하나지만 기의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기표 그 자체보다도 기의가 주는 개별성과 다양성에서 양분을 얻으며 살아간다.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건 하나의 기표, 그리고 대표적인 기의 일진 몰라도 각자가 살아가게 하는 것은 저마다가 느끼고 기억하는 개별적인 의미일 테다.

(..)

큰 족적을 남기려거든, 넓은 범위로 영향을 미쳐 세상을 밝고 따스히 비추려거든 이런 우림을 드러내고 남겨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을 잠시 해본다. 나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어떤 울림을 세상에 졸 수 있을지. 내가 얻을 것보다 내가 줄 수 있는 게 무엇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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