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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Mar 04. 2024

甲辰年 丙寅月 다섯 번째 기록

[주간단남] 2월 5주 차

[주간단남] 시리즈에서는 제가 매일 아침 글명상을 했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누고 싶은 내용을 공유합니다.

발췌한 문장들은 제가 적었던 문장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맞춤법 오류, 비문 등 많을 수 있음)

굵은 글씨로 표시한 문장은 제가 새롭게 깨달았거나 꽂혀 있는 '생각'을, 밑줄 친 문장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표기했습니다.



무의식은 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식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페터 비에리, <자기결정> 中






24.02.26 (월) 


(..)

디자인이나 필력은 기성 작가들에 비해 부족하지만 핵심을 꿰뚫는 사람들이 있다. SNS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게시물에 달린 많은 댓글 중 이따금씩 속으로 '와우!'를 외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으로 인해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몰라 함부로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평범한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실로 놀랍지 않을 수 없는 관점이나 필력이 돋보이는 짧은 문장들. 

그런 것들을 보다 보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최소한의 유명세 정도면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권위에 복종하고 싶어 하고 다수의 선택을 추종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권위와 다수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종이책 시장에서의 권위와 다수의 선택이란 유명 작가의 화려한 이력이나 베스트셀러라는 다수가 선택했다는 보증 수표가 사람을 모으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SNS 상의 댓글 같은 곳에서는 '좋아요' 수가 일정 개수 이상 모이면 그것만으로 사람이 모인다. 그렇게 달성한 소위 '베스트 댓글'에는 화려한 이력도, 계정명 옆의 파란색 체크 마크도 필요가 없다.

어느 곳에서의 주목도냐에 따라 필요한 요건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다수의 선택. 그것이 대중을 움직이게 만든다. 그것이 없을 때에도 과감하게 본인의 안목을 믿고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해 내는 얼리어답터들이 다수의 선택을 받을 '재목'을 발굴한다. 그때 필요한 것은 옹골찬 알맹이를 알아보는 혜안이다. 그리고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알맹이를 만들어 낼 도구가 필요하다. 날카롭게 벼려진, 본인만의 색채와 아우라가 그것이다.

현시대 기술의 발전 속도는 기상천외할 수준이다. 앞으로 본인만의 관점과 철학이 없다면 기계에 반드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본인만의 관점과 철학의 기저를 이루는 것이 흥미와 열망이다. 성냥불같이 즉각적이고 붙이기 쉬운 것이 아닌, 연탄불이나 화롯불처럼 붙이기는 어렵고 화력도 약하더라도 천천히 피어올라 오래도록 그 뭉근한 열기를 간직하는 형태의 관심사. 시장성만을 검토하며 진입 여부를 결정짓던 기존의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앞으로 얼마나 먹혀들지는 의문이 앞선다.



24.02.27 (화)


(..)

'그냥!'이라는 말은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든다. 결과를 논하지 않는 치열함이야말로 현존의 화신이다. 바깥에서 강제로 주입받은 why나 what이 아닌, 스스로 집어 든 것을 집요하고도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것. 이유는 없다. 그냥이 이유다. 그게 삶의 조화로움이다. 

일전에 모닝 페이지를 적다가 '모두가 저마다 하고 싶은 것을 그저 하며 사는 세상'이 이상적인 세상이라고 적은 바 있다. 그 문장을 통해 말하려던 바와 여기서 말하는 '목표 없는 치열함'이 일맥상통한다. 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닌 것이, 이미 수많은 선현들과 현대의 영적 지도자 중 한 명인 에크하르트 톨레도 그의 책에서 매 순간에 온전히 머물며 그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인 것처럼 임하는 것이 현존의 열정이라고 했다. 

이렇게 살면 몰입은 절로 일어날 것이다. 억지로 하고 있다면 그것은 단지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집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것이라고 해서 늘 하고 싶고, 흥분되고, 기대되는 쾌감만이 지속되는 건 아니다. 다만 남들이 왜 하냐고 물으면 달리 별 할 말은 없는데 그냥 하게 되는 것들이 그것이다. 여기에 최근에 들었던, 어느 철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타인에게 과신하려는 전시 욕구보다 꾸준함이 계속 더해지는 것이 '진짜 욕구'가 된다.

결국 모두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세상이란 모두가 저마다의 내적 동기에 의해 발견한 본인의 진짜 욕구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세상인 셈이다. 

AI의 폭발적인 성장이 이런 세상이 올 수 있도록 할지, 아니면 저마다 타인의 욕구와 외적 동기에 의해 추구하는 주입된 가치를 달성했다고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가상현실 속에서 모두가 살게 되는 디스토피아를 맞이할지는 발전하는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일으키는 변화의 광풍 속에서 인류가 어떤 자세를 견지하느냐에 오롯이 달려있을 것이다. 

결코 기술에 인류의 존엄성과 삶에 대한 주도권을 내어줘선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각자만의 시선으로 철학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다가오는 시대가 축복일지 저주일지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 만들 수 있다.




24.02.28 (수)


(..)

간만에 공격성이 다분한 꿈을 꾼 것을 보니 내가 뭔가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방증인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는 처음으로 원석 팔찌를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에 성공했다. 성공이라고 할 것도 거시기할 정도로 쉬운 작업이었지만 대단히 뿌듯했다. 내가 머릿속으로 구상하던 것이 그대로 잘 나왔기 때문이다.



24.03.03 (일)


(..)

낮술이 좋은 것 같지만 결국엔 조삼모사인 것이 낮술을 마시면 그날 저녁은 일찍 자느라 날아가 버린다. 밤에 마시면 다음 날 반나절이 날아간다. 결국 이것은 늘 밤에 이뤄지던 익숙하던 패턴을 낮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해볼 때 느껴지는 신선함에 다름 아닐 뿐이다. 

(..)

사람들은 늘 자신이 원하는 판을 짜고 싶어 한다. 그것이 희소한 것이 아니어도 어떻게든 더 얻고 싶어 한다. 가령, 평소에 혼자서도 얼마든지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해도 사람들을 만난다면 차보다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한다. 상대가 커피보다는 차를 더 좋아하거나 카페인에 민감하여 커피를 잘 못 마신다고 해도 기어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만남의 장소를 정하고자 한다. 그다음에서야 상대가 마실 수 있는 차 같은 것이 있는지를 살핀다.

그것은 시간이나 자원의 유한함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되는 조바심일까?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일까? 이번엔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고 해도 다음번엔 얼마든지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혹은 그것은 자기 혼자 있을 때에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그것도 아니라면 똑같이 커피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의 모임에서는 원 없이 그것에 대해 논할 수 있다는, 다른 여지의 가능성은 그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한다.

이는 '현존'의 왜곡된 표현이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조바심을 만든다. 내일 당장 죽으면 어떡하냐는 불안감은 오늘 하루 남들을 위해 살기 보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살도록 만든다. 그러면서도 남들을 위해 자신의 것을 선뜻 내어놓을 줄 아는 자들의 '위업'을 비아냥대며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들에게 내려지는 어떠한 공적/사적 보상이 있을 때 갑작스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그러다가 그것은 양보의 대상이 되는 소수나 약자에 대한 혐오로 이어진다. 왜 내가 당신들 때문에 속 좁고 이기적인 취급을 받아야 되냐면서.

나의 지금이 중요하는 것을 아는 것은 남의 지금도 중요함을 아는 것이다. 아울러 내일 해가 뜨지 않을 거란 불안감에 지금 이 순간에 왜곡된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 해가 뜨고 오늘 해가 떴듯이 내일도 해가 뜰 것이라는 매 순간 흐르는 물처럼 지속되는 현재에 대한 감각을 느끼며 조바심이 아니라 여유와 편안한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오늘 커피 한잔을 덜 마시고 상대방을 위해 평소에는 마시지 않던 녹차를 한 잔 마실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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