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에 치르는 나만의 의식이 하나 있다면 바로 모닝 페이지를 쓰는 것이다.
아침에 3쪽씩 아무런 목적도, 기교도, 부담감도 없이 그저 3쪽을 채우는 것에 의의를 둔다.
(그리고 그것 중 일부를 발췌하여 매주 1회 글을 발행하고 있다) -> 궁금하시면 클릭
어느덧 3년이 넘게 모닝 페이지를 써오고 있어서 제법 쌓여있는 글들이 많다.
일기를 꾸준히 써본 분들은 알 것이다. 과거에 썼던 일기를 간간히 들춰보는 재미를.
쓰고 흘려버리기엔 뭔가 아쉬워서 요즘에는 괜찮은 글들은 모아서 책으로 한 번 내볼 요량으로 나름대로 원고 정리를 하고 있다.
그러다 작년 여름에 써두었던 글을 보게 됐는데, 그 내용이 지금의 나를 위로해준다.
정말 뜻밖이다.
그저 책 한 번 내보겠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세속적인 동기에서 출발한 일인데 내가 나에게 위로를 받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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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조성은 인내심이 없다. 여러 번 그를 낙담시키면 점점 번뜩이던 그 눈망울 마저 생기를 잃어가면서 끝내는 번뜩이며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들 조차 줄어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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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아이의 재능을 예리한 눈빛으로 잘 포착하여 아이가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지하고 응원하는 부모처럼 나의 창조성을 그렇게 서포트 해주는 것이 바로 나의 '마음', 혹은 이성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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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아무리 변덕을 부려도, '하나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뭐하는거야!' 라고 다그치거나 '하고 싶대서 사줬더니 이젠 쳐다보지도 않고! 대체 몇개째니?'하며 윽박지르지 않는다. 그저 사랑하고 또 사랑해주라.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해주는 법을 익힘으로써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내 안에서 피어난 '무조건적 사랑'이 내 안을 가득 채워 흘러넘치면,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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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를, 정확히는 내 영혼을 돌보는 일은 세상을 돌보는 것이 된다. 내가 곧 세상이고, 세상이 곧 나인 것이다. 그러니 내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자. 안에서 나를 기다리다 지쳐 쪼그려 앉아 나뭇가지로 땅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외로움에 사무쳤으나 그걸 외롭다 말 못하고 가슴에 응어리만 져가고 있는 저 가여운 아이의 등을 조심스레 어루만지자. 나를 천천히 뒤돌아 보는, 꾀죄죄한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의 두 눈에 낀 눈곱을 떼어주며, "너무 늦었지. 미안해. 네가 원하는 건 다 좋으니 나랑 같이 하러 갈까? 이번엔 좀 다를거야. 약속해."라고 말하자. 그리곤 아직은 경계를 완전히 풀진 않았지만 입가엔 보일랑말랑 미소를 머금기 시작한 그 친구와 함께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