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by 청윤 단남

매일 아침에 치르는 나만의 의식이 하나 있다면 바로 모닝 페이지를 쓰는 것이다.

아침에 3쪽씩 아무런 목적도, 기교도, 부담감도 없이 그저 3쪽을 채우는 것에 의의를 둔다.


(그리고 그것 중 일부를 발췌하여 매주 1회 글을 발행하고 있다) -> 궁금하시면 클릭


어느덧 3년이 넘게 모닝 페이지를 써오고 있어서 제법 쌓여있는 글들이 많다.


일기를 꾸준히 써본 분들은 알 것이다. 과거에 썼던 일기를 간간히 들춰보는 재미를.

쓰고 흘려버리기엔 뭔가 아쉬워서 요즘에는 괜찮은 글들은 모아서 책으로 한 번 내볼 요량으로 나름대로 원고 정리를 하고 있다.


그러다 작년 여름에 써두었던 글을 보게 됐는데, 그 내용이 지금의 나를 위로해준다.


정말 뜻밖이다.

그저 책 한 번 내보겠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세속적인 동기에서 출발한 일인데 내가 나에게 위로를 받다니.


22dcd0585265d29c97fc1aa66fbb60ce.jpg 문득 타로 카드의 컵6번 이미지가 떠올랐다. (출처: 유니버셜 웨이트)





21년 8월 8일 (일) 의 글 중에서..


(..)

나의 창조성은 인내심이 없다. 여러 번 그를 낙담시키면 점점 번뜩이던 그 눈망울 마저 생기를 잃어가면서 끝내는 번뜩이며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들 조차 줄어들고 말 것이다.


(..)

마치 아이의 재능을 예리한 눈빛으로 잘 포착하여 아이가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지하고 응원하는 부모처럼 나의 창조성을 그렇게 서포트 해주는 것이 바로 나의 '마음', 혹은 이성이 할 일이다.


(..)

영혼이 아무리 변덕을 부려도, '하나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뭐하는거야!' 라고 다그치거나 '하고 싶대서 사줬더니 이젠 쳐다보지도 않고! 대체 몇개째니?'하며 윽박지르지 않는다. 그저 사랑하고 또 사랑해주라.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해주는 법을 익힘으로써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내 안에서 피어난 '무조건적 사랑'이 내 안을 가득 채워 흘러넘치면,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

결국, 나를, 정확히는 내 영혼을 돌보는 일은 세상을 돌보는 것이 된다. 내가 곧 세상이고, 세상이 곧 나인 것이다. 그러니 내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자. 안에서 나를 기다리다 지쳐 쪼그려 앉아 나뭇가지로 땅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외로움에 사무쳤으나 그걸 외롭다 말 못하고 가슴에 응어리만 져가고 있는 저 가여운 아이의 등을 조심스레 어루만지자. 나를 천천히 뒤돌아 보는, 꾀죄죄한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의 두 눈에 낀 눈곱을 떼어주며, "너무 늦었지. 미안해. 네가 원하는 건 다 좋으니 나랑 같이 하러 갈까? 이번엔 좀 다를거야. 약속해."라고 말하자. 그리곤 아직은 경계를 완전히 풀진 않았지만 입가엔 보일랑말랑 미소를 머금기 시작한 그 친구와 함께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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