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겁먹지 마

by 갠드무

길을 걷다가 모퉁이에서 고양이 한마리를 만났습니다.

평범한 고양이였는데 왠지 모르게 그냥 반가웠어요.

다가가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가가면 고양이는 도망 갔어요.

그런데 아주 멀리 도망가는 건 아니고 자기 몸이 살짝 안보일 정도로만 도망가네요.

벽 뒤에 숨어 얼굴을 빼꼼히 내놓고 저를 바라봅니다.


저는 해칠 마음이 없으니 웃는 얼굴로 다시 다가가요.

그러면 고양이는 또 조금 도망갑니다.

이번에도 아주 멀리 가는 건 아니고 또다시 자기 몸이 안보일 정도로만 도망가네요.

그러곤 다시 벽 뒤에 숨어 얼굴만 빼꼼히 내놓습니다.



그러기를 몇번 반복하니 고양이가 숨는 방향과 제가 가는 방향이 달라져서 저는 더이상 다가가지 못합니다.

각자 갈 길을 가야하는 순간이네요.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해칠 마음 없고 잘 해주고 싶었는데

고양이에겐 몸집이 큰 제가 그냥 무서운 존재였나봅니다.

그런데 왜 아주 멀리 도망가지는 않았을까요?

왜 약간의 거리를 두며 저를 바라보았을까요?

왜 그랬는지 생각하니 더 아쉬워집니다.


어떻게해야 고양이와 친구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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