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하지 마

#155

by 갠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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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정육 코너 앞에서 딸래미가 한마디 합니다.

"아빠가 쉐프였으면 좋겠어. 쉐프였음 저런거 샀을텐데..."

요리를 아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는데,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건지...

그러고 보니, 엊그제 주말 드라마에서는 아버지께서 미역국을 끓이고 딸에게 엄마보다 잘 끓여오셨다는 이야기를 듣는 장면이 나왔네요.
광고들도 남자가 요리 잘 하는 것이 대세이고 교육방송의 요리 프로에도 함께 요리하는 진행자는 남자입니다.
예능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미 남자가 요리 못하면 안되는 시대군요.
몰랐던 건 아닌데, 딸래미의 한마디에 그 시대의 물결을 온 몸으로 느낍니다.

그런 시대가 올 줄 알고 어려서부터 어머니 등 너머로 요리 하는 걸 배우고, 대학교 MT가서도 요리할 때면 나서서 했고, 그런 경험을 토대로 집에선 주말에 가끔 여러가지 별미를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요리들과는 동떨어져 있어서인지 아빠표 요리에 대한 식구들의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진 않습니다.
색다른 걸 해주고 싶어서 조금 실험정신(?)이 발휘된 요리가 탄생하기도 하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건만, 호의적인 건 두째치고 마루타가 된 것을 참아주는 게 어디냐는 식일 때면, "요리 해주는 게 어디냐? 그런 반응 보일 거면 냉장고를 부탁하지 마~"라고 말하고 싶기도 합니다.

요리 못해도 어쩌다 하면 환영받던 남자들도 있었는데...
그래서 가끔, 아버지 세대가 부러울 때가 있네요.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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