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미용실에 들어가 그냥 한번 해봤습니다. 파마요.
전에 했을 땐 괜찮단 말을 몇번 들어서 별 걱정 안했지요.
그런데, 미용실 아주머니가 머리카락이 얇아서 좀 쎄게 말아야 겠다더군요.
전문가의 말이니 믿고 맡겼습니다.
머리를 말면서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친구가 많은 것과 진짜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것의 차이에 대해 토론도 했습니다.
왜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통하는 사람이 주위에서 사라질까 하는 이야기와 그래서 외로움이 점점 커지는 것에 대한 공감도 있었고요.
그리고, 주위 사람들만 변하는 게 아니라 나도 변하기 때문일 거라는, 좀 뻔하고 다들 알지만 잘 실감하지 못하는, 그런 결론도 내렸지요.
"내가 변하니 주위가 변하나 봐요."
제법 철학적인 이야기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 시간이 너무 길었던 걸까요?
아니면 다른 손님이 많았기 때문이었을까요?
뭔가 좀 길었다는 느낌의 끝자락에서 보니, 거울 속에 있는 나는 너무 낯선 사람입니다.
그래도 드라이를 하고 뭘 바르고 어찌어찌 해보니, 볼만한 비주얼이 나와서 나쁘지 않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집에 와 보니, 미용실에서의 그 볼만한 비주얼은 어디로 간 걸까요?
전문가의 바램처럼, 쎄게 말려버려서, 스스로 자생하는 생명체가 머리에서 자라납니다.
(드라이의 지속 시간은 5분 남짓? 드라이 할 땐 괜찮은데 조금 지나면 오글오글 말려오네요. 녹색 염색을 했으면 진짜 배추로 보였겠어요.)
그래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차마 못하는 사람.
다른 말을 하며 계속 머리만 쳐다보는 사람.
귀엽고 어려 보인다며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
왜 했어? 로 시작해 비수를 마구 꼽는 사람.
참다참다 도저히 못 참고 웃는 사람.
그리고, 그냥 모른척 하는 사람.
여러 사람들을 보며, 미용실 아주머니와 나눈 대화가 떠오릅니다.
"내가 변하니 주위가 변하는 구나."
머리에 배추가 생겼지만,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좋네요.
๑๑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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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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