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가졌는가?

#173

by 갠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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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이 새벽 두시든 세시든 햇살이 쨍쨍한 낮이든 상관 없이 길을 걷다 벤치가 보이면 멈춰 설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

벤치 위에 품종을 알 수 없는 나무의 잎사귀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어도, 오랫동안 아무도 치우지 않아 흘러버린 커피가 굳어 떨어지지 않는 일회용 종이컵이 있어도, 또 갈색의 나무 벤치 색을 누렇게 바꿔버린 흙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어도 개념치 않고 함께 앉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비가 온다면 옷이 적셔지는 낭패를 겪을 테니 앉지는 않겠지만 함께 서서 한곳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당신은 그 사람을 가졌는가?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의 일들이 현재 진행형이라면 다행이다.

그리고, 당신의 그 일들이 과거형이 되지 않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사람은 언제든 함께 잡은 손을 놓을 수도 있고 함께 길을 걷다 보이는 벤치에서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앞에서 어떤 상태라도 개념치 않고 앉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바뀔 수도 있다.

그건 그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지 말라는 강요는 월권이다.


당신이 월권을 행사하기 보다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그런 마음의 여유와 유연한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정말 당신을 부러워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그렇지 못해서, 그게 월권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이성적으로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붙잡으려는 내 마음에게 나의 이성은 늘 패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오늘도 내 마음에 패배하고 말았다.

어쩌면, 나는 마음에게 패배할 준비를 하면서 지내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 사람은 내가 늘 내 마음에 패배하기를 바라는 지도 모른다.


#love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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