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줄 위 새들의 이야기

#192

by 갠드무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건 쉽진 않지만 사람들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깃줄에 앉아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건 새들만 할 수 있다.
그건 새들의 특권이다.

전깃줄에 앉은 새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새 A가 말한다.
“엊그제 가본 전깃줄은 발로 움켜쥐기 좋더라고. 균형잡기 편했어. 다음에 거기 가봐."

새 B가 말한다.
“거기 가봤는데, 여기 풍경이 더 나아. 여긴 지나가는 덩어리들이 줄 서 있는 걸 볼 수 있잖아. 깜깜해지면 뒤에서 붉은 빛이 나오고 움직이면 붉은 선처럼 보여."

새 C가 말한다.
“어제 여기서 맘에 쏙 드는 아이를 만났어. 말도 잘 통해서 내 알을 낳아달라고 했는데, 날아가버리더니 오늘은 안오네."

A, B, C의 대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들린다.
“짹"
“짹째액"
“짹 째재액짹 짹재재잭 째액 짹"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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