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비 내리던 어느날, 세차게 내리던 비를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몸이 비에 젖어 눅눅하다. 신발 속으로 스며든 빗물로 발을 내딛을 때마다 발가락 사이사이로 물기가 간지럽히는 게 느껴졌다.
젠장할. 뭔 놈의 비가 이리도 온담.
학교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비가 내리는 이유는 수증기가 상공에서 응축되어 구름이 만들어지고 충분한 수분이 구름에 축적되면 빗방울이 땅으로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왜 어떤 구름은 잔잔한 비를 내리고 어떤 구름은 세찬 비를 내리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심심하지 말라고 그러는 건 아닐까 하고 결론을 짓는다.
똑같은 비만 내리면 재미 없으니 어떤 날은 잔잔한 비를 내리고, 또 어떤 날은 창가의 빗소리가 기분을 맑게 해주는 소리가 나도록 하고, 또 다른 날은 피하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세찬 비를 내리는 것이라고.
그래, 축축하고 눅눅하고 질퍽하지만, 재미있으라고 그러는 거니까, 재미있어하자.
그러고 보면, 사람이든 사물이든 또는 어떤 상황이든 늘 양면성이 있다.
세찬 비가 내리는 것도, 머리카락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바람도, 자동차가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것도, 실망해서 생기는 미운 감정도, 처음엔 젠장할! 하다가도 다시 보면 좋은 면이 보이기도 하고 나름의 의미도 찾아진다.
그렇게 양면성을 보고 그 중 받아들일 걸 고를 수 있으면 별루인 것도 나름 괜찮아 진다.
ps.
더위가 찾아오는 요즘은 세찬 비가 그립다.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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