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
나에겐 천으로 된 가방이 하나 있다.
왁스를 먹여 관리하면 시간이 갈 수록 빛깔이 깊어진다고 해서 산 가방인데, 왁스를 먹이는 건 한번 정도 해보고 하지 않았다.
귀찮기도 했지만 왁스를 먹여 번들번들하게 하지 않아도 나름의 멋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살 때 왁스를 강조했던 가방이기에 관리가 필요했지만, 주인 잘못 만나 관리를 못 받은 가방엔 들고 다닌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하얗던 부분은 어둡게 바뀌었고, 모서리 쪽은 닳아서 보프라기가 생겼다.
손잡이는 이미 번들번들해져서 이제는 왁스가 스며들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관리를 못 받고 남은 흔적들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그렇기에 가방에게 정이 간다.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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