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
나에겐 언제든 너의 마음을 열어 줄 열쇠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소홀해져도 걱정하지 않았다.
나에게 열쇠가 있는 한, 너에 대한 시간과 거리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너 또한 내가 열쇠를 갖고 있다는 걸 알기에 내가 언제든 너의 마음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내가 있기에 너의 마음은 늘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세상은 늘 예상치 못한 일을 벌인다.
나는 언제든 너의 마음을 열 수 있었고, 너도 언제든 내가 너의 마음을 열어준다는 걸 믿고 있었는데, 열쇠가 부러져 버렸다.
그건 너와 나의 예상에는 없던 일이었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강철로 된 열쇠는 부러졌고, 생각지 못한 상황에 너와 나는 전에 없던 반응을 보여야만 했다.
나는 너의 마음을 열지 못해 당황했다.
너는 내가 마음을 열어주지 못해 분노했다.
당황과 분노가 어울어져 새벽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 긴 시간, 그동안의 믿음이 원망스러웠고 나의 소홀했음이 후회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세상이 벌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방법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하게 해결해준다.
그럴 때, 우리는 우리의 지식이 우물 안에 고여 있을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다시 한번 겸손해진다.
#essay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gand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