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나는 누구일까요?

톡톡톡

by 갠드무

말랑말랑한 손가락이 다가옵니다.

두려움이 생깁니다.

앞에 있던 친구가 저 손가락에 들려진 후

물에 흠뻑 젖어 구겨지는 걸 봤거든요.

구겨진 그 친구는 어디로 갔을까요?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는 소문은 사실일까요?


갈 길을 알지 못하니 불안합니다.

나는 어디로 갈까요?

어찌되었든, 소문이 진짜인지 확인할 수는 있겠죠.



드디어 손가락이 나를 집어듭니다.

이런 속도와 이런 힘은 처음이에요.

두려워진 마음이 터질 것만 같아요.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주변에 팔랑거리는 하얀 내 몸이 보입니다.


손가락에 의지해 날아가는 기분...

막상 해보니 나쁘지 않네요.

가만히 친구들과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바람과 전에는 보지 못했던 주위의 풍경이 보입니다.

이런 기분, 왜 모르고 지냈을까요!


좋은 기분에 두려움도 사라집니다.

내 생애 느껴야 할 좋은 것들을 지금 다 느끼나 봅니다.

그 기분 덕에 그 친구가 흠뻑 젖어 구겨지면서도 표정이 좋았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도 이제 그 친구처럼 되겠지요.


이제 흠뻑 젖어 구겨져도 괜찮아요.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 그거면 되요.


내가 누구냐고요?

나는 티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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