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갠드무 Sep 12. 2017

아홉밤

#660

아홉밤을 자고 나서야 깨달았다.
열번째 밤에도 잠이 올 거라는 것을 말이다.
잠이 없어도 깨끗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잠을 안자려고 해봤다.
하지만 잠 없이 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아홉번의 도전은 보기 좋게 실패하고 얻은 깨달음이 이것 뿐이라니 조금 허무하고 힘이 빠진다.
하지만, 아주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잠이 없다는 의미는 보통 사람들이 여기는 그 잠이 아니라는 느낌이 생겼다.
정신 세계의 영역으로 나아간 사람들을 얼핏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나보낸 아홉밤의 실패는 보상되었다고 본다.
열번째 밤에 전열을 가다듬고 다가올 아흔아홉밤을 맞이하자.
아홉밤을 자고 나서야 알았다.

#fiction #픽션


http://www.instagram.com/gandmoo


작가의 이전글 카메라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