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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갠드무 Mar 19. 2018

어떤 할아버지의 독백

#848





봄이 굴러가고 여름이 굴러갔다네.
가을과 겨울이 넘실대는 지난 시간.
그렇게 살아온 세월을 당신은 짐작조차 할 수 없으리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어눌함과 굼뜸으로 얼룩진 모습에 어린 아이 취급을 받는, 아니 바보 취급을 당하는 현실에 속마음은 아수라장이지만, 그걸 표현조차 할 수 없다는 것도 당신은 짐작조차 할 수 없으리오.
작은 바램이라면, 귀찮음의 대상이 아닌 깊은 경험의 저장고로서, 앞선 세대를 살아온 인간으로서 작은 존중은 잊지 말아준다면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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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 #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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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응급실에서 어떤 할머니의 보호자인 할아버지를 봤다.
병원의 젊은이들이 강요하는 수속절차와 응급실의 정신 사나움에 그 할아버지는 그대로 경직되어 버렸다.
그 할아버지는 보호자였지만, 누가 봐도 보호를 받아야 할 입장이었다.
8세대 i7 프로세서 같은 병원 직원들 앞에서 8086 XT 같은 처리속도로 반응하는 할아버지는, 그래도 꾸준하게 해야 할 일을 하셨다.
그리고, 좀 느렸지만, 결국 그 할아버지는 정확한 결과를 얻어냈다.
사람들이 선뜻 도움의 손길을 펼치지 못한 건 GUI에 익숙해져 텍스트로 명령어를 입력해야 하는 걸 몰랐기 때문이리라.


http://www.instagram.com/gand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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