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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갠드무 Apr 18. 2018

라면

#878




A: 라면은 어디에 쓸까?

B: 라면? 먹잖아. 뭐 그런 걸 물어봐?

A: 먹는 거 말고는 없나? 라면을 갈아서 가루로 만들면 다른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B: 아, 그러고 보니 라면 갈아서 부침개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거 같다. 한번 튀겨진거니까 바삭바삭할 거 같네. 맛있을 거 같아. 그런데, 어차피 그것도 먹는 거네.

A: 라면 스프를 물에 풀어서 염색약이나 물감으로 쓸 수 있을까?

B: 하얀 티셔츠를 주황색으로 물들일 수 있겠네. 흠. 그런 식이라면, 라면을 쌓아서 블록 놀이를 할 수도 있겠네.

A: 라면 포장지를 잘 펴서 거울로 쓰는 건 어때?

B: 무인도 같은 곳에 조난된다면 쭈글쭈글 하겠지만 잘 펴서 쓸 수도 있겠다. 장작이 없을 때 라면을 불로 태워서 쓸 수도 있겠다.

A: 기름에 튀겼으니 더 잘 타려나? 화력이 궁금하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먹는 거 갖고 장난친다고 혼날거야. 혼낼 때, 라면으로 때릴 수도 있겠네.

B: 라면으로 때리면 라면으로 막아야지. 아! 탁구채가 없을 때 라면으로 탁구 칠 수 있겠네~

A: 탁구공이 불규칙 바운드 되겠구만. 음. 라면 봉지를 묶어서 공으로 쓸 수 있겠다.

B: 라면 면발을 잘 엮어서 그물로 만들 수 있을까?

A: 골대의 그물 말이야? 면발이 금방 다 풀어져서 못 쓸거 같아. 면발을 끊어서 낚시할 때 미끼로 쓰면 어떨까?

B: 물고기들 입맛이 사람과 비슷하다면 많이 물겠지만, 글쎄? 그거 보다는 캠핑 가서 누워 있을 때 머리 받칠 게 없으면 라면을 베도 되겠다.

A: 봉지 채 부숴서 베면 메밀 베개랑 느낌 비슷할 것 같기도 하다. 가만, 라면 봉지는 물에 뜨니까, 라면 엮어서 뗏목 만들 수 있을 거 같아.

B: 뗏목 말고, 베개 만드는 것 처럼 봉지 채 부순 다음에 매트처럼 깔아놓으면 바사삭 바사삭한 느낌으로 자도 되겠어.

A: 라면 면발을 가발처럼 쓰면 어떨까?

B: 라면 면발은 미끄러울거니까 바닥에 잔뜩 깔아서 미끄럼 놀이를 하면 어떨까?

A: 라면 봉지로 도배를 하는 건 어때?

B: 라면 봉지로 옷을 만들까?

A: 라면 스프를 물에 잘 풀어서 분무기에 넣고 벌레한테 뿌리면 살충제처럼 쓸 수 있을 거 같아.

B: 라면 스프를 졸릴 때 눈 밑에 바르면 잠이 안올 것 같아.

A: 또, 라면을.... 음...

B: 라면을?

A: 근데 우리 지금 라면의 용도로 배틀하는 거야?

B: 먼저 시작한 건 너다? 그리고, 너라면 끝없이 할 거 같아. 너라면 그럴 거 같아. 너라면 말이야.

A: 아. 그래. 나라면 그렇겠지. 너라면 하다가 라면 끓일 테고.

B: 응. 말장난 배틀도 좋지만 나라면 라면 끓여서 속을 먼저 채우겠어. 너라면 배틀 먼저, 나라면 라면 먼저.

#fiction #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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