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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갠드무 Jun 03. 2018

오징어 다리

#924



A: 오징어는 다리가 몇개야?

B: 열개.

A: 많기도 하다. 왜 열개나 있는 걸까?

B: 오징어 다리가 맛있으니까, 많이 먹으라고 많이 달린 거 아닐까?

A: 많이 쳐다보라고 내 얼굴이 예쁜 것처럼?

B: 아니, 너 한번에 많이 뚜드려 패라고 열개 달린 건데 좀 모자란 느낌이 드네. 그치?

A: 뭐 그렇게까지 흥분하고 그래. 그냥 한 얘긴데. 다리 많이 달려 있으면 좋은 게 있으니까 많이 달렸겠지.

B: 뭐가 좋을까?

A: 오징어가 만약에 사람들 속에서 같이 산다면 춤을 엄청 잘 출거 같아. 다리 열개로 막 리드하면서, 탱고 같은 거 추면 부드럽게 잘 이끌어줄 것 같아. 부드러운데 얼굴도 미남이면. 으흐흐.

B: 얼굴은 왜 빨개지는 건데? 이 미ㅊ.. 못생긴 애들을 괜히 오징어라고 하는 게 아니네. 너같으니까 그런 거 같다. 오징어 다리는 헤엄치고 사냥하기 좋으라고 달린 다리지 춤추라고 달린 거 아니야.

A: 야! 어후. 저거 입을 스템플로 찍고 코팅기계로 밀어버려야 막히려나. 같이 춤이라도 춰 주고 그런 말하면 또 몰라. 몸치라 클럽도 못가면서. 분위기라곤 일도 없어서 맨날 차이는 주제에. 누가 오징어 다리가 그런 줄 모르냐? 하여간에 눈치가 발톱 때만도 없으니.

#fiction #픽션


http://www.instagram.com/gand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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