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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갠드무 Jul 13. 2018

펜 가는 대로

#964




나는 펜을 잡고 끄적끄적하는 걸 좋아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에 펜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기분이 좀 다르다.
손에 펜을 들고 있을 때 왠지 모를 안정감이 생긴다.
물론 펜이 없다고 불안감이 생기는 건 아니다.
펜이 손에 있을 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기분이 생긴다고 할까?
마음이 준비되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마음만 그런 느낌인 것이지 펜으로 무언가를 쓰고 그릴 때, 머리 속으로 준비된 내용과 형상이 나오는 건 아니다.
그런 이미지가 머리 속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많은 경우 펜이 종이에 닿는 그 순간 내용이 생긴다.
마치 펜을 잡고 있는 손에 또 다른 자아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펜 가는 대로 끄적끄적한 결과가 마음에 들 때도 있고 들지 않을 때도 있다.
펜 가는 대로 결과물을 내어 주는 손과 타협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essay #에세이


http://www.instagram.com/gand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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