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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Feb 28. 2017

남도는 이미 봄이 완연하네?

# 아직 봄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하여

'오어사' 담장에 핀 동백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지났으니 '봄이 온다'는 믿음은 변할리 없지만, 아직 봄은 선명하지 않다.

아직도 겨울 기운이 남아있고, 깊은 산골짜기에는 잔설이 남았기에 섬세한 눈으로 봄을 바라보지 않는 이들에게 봄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햇살 따스하고 바람이 없는 날, 그래서 겨울 외투를 하나쯤은 벗어도 좋은 날이면 "봄이 왔구나!"하면서도 역시 아직은 보이지 않는 봄을 보는 꿈을 꾼다.


그래서 봄은 보는 것을 꿈꾸고 꿈꾸는 것을 보는 것처럼 보는 것이다.


'오어사' 뜰의 동백


봄비가 내린 뒤 화사한 햇살, 세상을 깨끗하고 영롱하게 하는 최상의 조건이다.

동백 이파리에 쌓였던 먼지는 말끔하고 피어난 동백은 비이슬을 보석처럼 달고 있다. 그리고 사철 푸른 대나무에 매달린 비이슬이 햇살에 동글동글 보케로 빛난다.


서울의 봄은 아직도 가물가물 멀기만한 것 같은데, 남도에는 이미 봄이 활짝 피었다.

남도의 봄을 보면서 드는 아쉬움 하나,


'사방팔방 "봄이 왔다!"라고 알려주시지....'


구룡포 가는 길에 만난 매화


활짝 핀 매화,

어제만 해도 꽃몽우리에 물기를 잔뜩 머금은 마른 가지만 만으로도 감사하며 봄이 오고 있음을 보았는데,

오늘은 남도에서 이미 활짝 핀 봄을 만난다.


남도의 사람들은 봄이 오길 애써 기다리는 이들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뭔 소리여, 봄은 이미 왔는디...."


노지 쪽파


쪽파가 파김치를 해 먹어도 좋을 만큼이나 자랐다.

다 말라 비틀 어지 파뿌리에서 새순이 올라오는 것도 신비스러웠지만, 갓 올라온 파는 얼마나 통통하고 향긋하고 속이 여문지 모른다.


이렇게 봄은 꽃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라, 향기로도 온다.


꽃은 눈으로 보고,

 향기는 코로 맡는다. 

그리고 

귀는 얼음이 녹아내리는 소리를 듣고, 

혀는 맛으로 봄을 느낀다.

봄은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바다에서 올라온 봄소식,

인간은 그들의 죽음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그들에게 한 없는 감사를 드리며 몸에 모시고, 그들의 몫까지 살아가기 위해 성실하게 살아가야 한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그림자 노동에 대하여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맛있겠다!"가 아니라 "아름답다!"라고 생각했다.


포구에서 아구를 손질하고 있는 아주머니


남도는 이미 봄이 완연했다.

이 봄이 머지않아 한 숨에 치올라올 생각을 하니 마음에는 이미 봄이 왔다.

계절의 봄도 봄이지만, 올해는 역사의 봄도 함께 올 것이라 생각하니 오랜만에 간절한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게 된다.


봄, 볼 것이 많은 봄, 어서 오라!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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