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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Apr 03. 2017

떨어짐으로 더 아름다운 동백

#낙화한 동백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다

동백


피어난 모든 꽃은 진다.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기도 하고, 통째로 떨어지기도 하고, 시들기도 한다.

꽃이 진 자리라야 비로소 열매가 맺히는 신비가 시작되니 낙화한 꽃들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떨어진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들라면 나는 서슴없이 붉은 동백이라고 말한다.



그토록 커다란 꽃이
그렇게 선명한 꽃이
시들지도 않은 꽃이
그렇게 떨어지다니


동백


가장 아름다운 때에 땅을 향해 곤두박질치듯 떨어져 마치 땅에서 피어난 꽃인 양 피어있는 동백은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십자가를 진 예수의 모습과 닮았다.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 절기에 뚝뚝 떨어지는 동백은 꽃들의 예수가 아닌가!


삼달리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를 걸었다.

루게릭병이 영갑 형의 몸에 달라붙어 그를 괴롭힐 때에도 영갑 형은 그곳에 나와있었고, 정원 돌담의 돌 하나도 정성을 기울여서 쌓았다. 쇠약해서 직접 돌을 옮기지 못해도 수족이 되어 움직이는 일꾼들을 통해서 자기가 쌓고 싶은 대로 하나하나 쌓아갔다.


한 때라도, 그와 대화를 나누고 그의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은 행운이다. 문득, 나도 누군가에게 만남만으로도 행운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품는다. 그 욕심 때문에 그냥 욕심으로 끝.


동백


붉은 동백과 제주의 검은 화산석, 그들은 배색이 아니면서도 가장 완벽한 어울림을 이룬다.

게다가 바람에 부서진 햇살이 늘 푸른 사철나무잎 중에서도 올봄에 올라온 연한 싹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비춰오니 무엇을 더하면 이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토우와 동백

누굴까?

낙화한 동백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해 낸 연출가는 누구일까?

낙화한 동백을 그곳에 놓기 전에 그는 이렇게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될 줄 상상했을까?


인위적인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정도의 인위는 사랑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토우의 품에 낙화한 동백을 안겨준 손길에 감사를, 그의 예술적인 안목에 아주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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