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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Apr 05. 2017

너무 쉽게 '이름 모를 꽃들'

#꽃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그들에 대한 예의다.

가지꼭두서니


봄이 오니 산야에 풀꽃들이 피어난다.

대부분의 사람은 몇몇 꽃의 이름은 알아도 다른 꽃들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 그냥, 그렇게 알지 못한 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면서도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름 모를 꽃들'이라는 말 때문이다.

개구리발톱


시인들도 문학가들도 너무 당연하게 '이름 모를 꽃들'이라고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낸다.

그렇다.

보통의 사람이 아니라, 시로 문학을 자신의 전공으로 삼고 글을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최소한 '이름 모를 꽃들'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직무유기다.
국수나무


김춘수 시인의 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꼭 꽃을 사랑할 필요도 없고,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이름 모를 꽃'이라고는 하지 말자.

꽃마리 / 아래는 '고마리'



이름 없는 꽃은 하나도 없으며, 저마다 신비스러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꽃의 이름에는 꽃의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네 역사도 들어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가 흔히 '이름 없는 꽃들'이라고 부르는 그 꽃들의 이름이 이른바 '창씨개명'된 것이다.


'이름 모를 꽃'은 있을지언정 '이름 없는 꽃'은 없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

왜곡된 역사 역시도 기억되지 않은 역사이므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산야에서 자라나는 꽃들이 '이름 모를 꽃'으로 불릴 때 그들은 이름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금강애기나리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다.

쉽사리 만날 수 있는 꽃이 아니기에 보면서 이름을 바로 불러줄 수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그때 우리는 그냥 너무 쉽게 '이름 모를 꽃'이리고 하지 말자.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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