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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Mar 27. 2017

봄이 오기도 전에 가는 봄을 보다

#영춘화의 낙화를 보다

영춘화


봄을 보셨는지요?

완연한 봄날임에도 아직 봄을 제대로 보지 못하셨다면, 어지간히 바쁘시거나 혹은 지독하게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봄이 온들 봄이 보이지 않을 몇몇 분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아니, 봄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봄이 봄 같이 보이지 않겠지요.


봄은 보는 것인데 말입니다.
홍매화


혹시 보이실는지 몰라요.

사진 왼쪽에 희미한 홍매화의 흔적 서너 개, 그것은 봄바람에 내리는 꽃비랍니다.

봄은 이렇게 왔다가 서둘러 가는 것인가 봅니다.

참으로 겨울은 길었는데, 봄은 너무 짧아서 아쉬운 계절입니다.


그래서 봄에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봄을 봅니다.
할미꽃


서울 하늘 아래서 할미꽃을 만난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그 행운의 주인공이 되니 봄이 내 안으로 들어온 것만 같습니다.


언젠가 할미꽃 씨앗을 화분에 뿌렸습니다. 이듬해 봄에 새순이 올라왔는데 뿌리가 얼마나 길던지요.

그때 알았어요. 할미꽃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캐다 심으면 죽는 이유를 안 것이죠. 조심조심 갓 나온 할미꽃 모종을 뿌리가 다치지 않게 사무실 양지바른 곳에 옮겨주었겠지요. 그렇게 옮긴 후 3년이 되니 봄마다 사무실 화단에서 할미꽃을 볼 수 있게 되었지요.

그곳을 퇴직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지금도 피어나고 있을 터이고 올해도 피었겠지요.


그를 만나러 한번 들러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하, 봄은 이렇게 마음도 푸근하게 녹여주는군요.




능수매화


매화의 종류도 많은가 봅니다.

제가 아는 것은 청매, 백매, 홍매 정도였는데, 능수버들처럼 가지가 축축 늘어진 능수 매화도 있네요.


매화는 꽃만 보지 않습니다.

오래된 매화일수록 아름답지요.

같은 꽃이라도 어떤 나뭇가지에서 피어나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물론,

우리네 세상살이처럼 금수저나 흙수저 같은 차별은 그들의 세상에서는 없습니다.


목련


이렇게 하나 둘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오늘 서울 하늘에서 만난 꽃들의 이름은 이렇습니다. 소개하지 않은 것 까지 솔직하게 다 말씀드릴게요.


제비꽃, 꽃마리, 꽃다지, 쇠별꽃, 냉이꽃, 진달래, 산수유, 생강나무 꽃, 목련, 매화, 능수 매화, 청매화, 할미꽃, 홍매화, 민들레, 개나리, 돌단풍, 영춘화......


참 많이도 만났죠?


영춘화의 낙화


그런데 말이죠.

벌써 지는 꽃이 있더라고요.

동백만 그렇게 뚝뚝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영춘화도 뚝뚝 떨어졌습니다.

봄은 오고 있지만, 오는 만큼 가고 있습니다.

마음이 조금 바빠지네요.


봄날, 볼 것 많은 봄을 다 보려면 아주 많이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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