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수 Jul 10. 2017

인본주의인가, 인권인가?

# 02 달팽이 목사의 신앙 읽기


성서는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쓰인 책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기록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지창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인간의 창조'에 대한 기사가 기록되었으며, 인간이 죄를 범하면 다른 피조물들까지도 함께 고통을 당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에덴동산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노아 홍수의 이야기도 동일한 맥락이다. 인간의 죄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데 더불어 다른 피조물들이 고통을 받는 것이다. 호세아 4장 3절에도 북왕국 이스라엘의 죄로 인해 들짐승과 공중의 나는 새와 바다의 고기도 함께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됨을 말한다. 심지어는 사도 바울도 로마서 8장 22절에서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라고 함으로써 인간의 고통과 인간 외의 다른 피조물들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밝힌다.


'인본주의'라는 말로 요약되는 '르네상스', 

신본주의에 짓눌려 살아가던 중세시대를  극복하는 중요한 의제였으며, 이것은 18-19세기 인간에 대한 무한 긍정으로 '자유주의 신학'을 태동한다. 자유주의 신학은 '인간에 대한 무한 긍정'을 기조로 하여, 인간이 하나님 나라까지도 만들 수 있음을 믿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까지 경험하면서 인간에 대한 무한 긍정에 대한 생각들이 쇠퇴하면서, 자유주의 신학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신정통주의 신학이 자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는 이들은 '인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성서를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성서의 본래의 뜻을 탐구하고,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은 '자유주의 신학'이라고 매도한다. 이런 것들이야 다소 복잡한 신학적인 기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나 성서가 '인본주의'를 합리화하는 교과서가 아니라 '인권'에 관한 책임을 간과한 까닭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1)


창세기가 쓰이던 시대적인 상황에 비추어 보면 이 선언은 '인권선언'이다. 모든 것이 태양신 바로의 것이라고 여겨지던 시대에, 바로 당신조차도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당신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선언이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성서를 읽지 않고 문자로 읽으면 창조론자들과 같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성서는 통으로 읽어야 한다. 취사선택해서 읽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에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서 헌신하던 내가 속해있는 교단의 목사(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에 대해 몇몇 교단에서 성서에서 금지하고 있는 '동성애'를 옹호한다며, 이단인지 아닌지 판단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들이 취사선택한 성서본문은 주로 음란, 간음에 대한 것들일 터이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구절에 대해서는 금과옥조처럼 여기지만, 어떤 구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시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성서를 어겼다'라고 주장하면서 그를 이단으로 몰고 간다.

그러면 묻고 싶다.


성서의 안식년과 희년을 그대들은 왜 지키지 않는가?

돼지고기나 비늘 없는 생선은 먹지 말라고 하셨는데, 땅은 하나님의 것이니 팔고사지 말라고 하셨으며, 이자도 받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런 말씀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가?


이미 당신들이 들이미는 잣대에 의하면 한국교회는 모두 이단이다.  


너무 길어지면 독자들이 피곤해할 터이니 결론으로 달려간다.

성서는 '인본주의'를 옹호하는 교과서가 아니라, 편향적인 당파성을 가진 사회적인 약자의 인권과 다수의 폭력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하는 소수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책이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국의 대형 보수교회와 교인들이 세월호 유족들에게 행한 폭력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는, 하나님께로부터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회개하지도 않았으며, 성서의 정신에 따라 성소주자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이를 이단으로 규정하고자 하니 그들이야말로 이단이 아닌가?


동성이든 이성이든 성이 '사랑'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되는 것이 간음이며, 음란이다. 그들은 이성 간의 성폭력과 성매매 등 반인권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단지 성소수자들을 향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사랑을 단지 '육체적인 SEX'로만 보는 저열한 인식 때문이다.


인본주의, 왜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어야만 하는가?
자연 없이 인간은 살 수 없지만, 인간 없는 자연은 더욱더 풍성하다는 사실 앞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우길 것인가?


https://www.facebook.com/wiidplantsch/

매거진의 이전글 예수님은 '완전 좌빨'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