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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l 13. 2017

물골, 외로운 할머니의 친구

# 물골 할머니의 친구 새끼 고양이 '냥순'이와 '냥군'이

냥순이


지난 주만 해도 외지인의 눈길이 무서운지 피하기 급급했던 새끼 고양이가 일주일 사이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렸는지 가만 앉아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 혼자 외로이 살고 계신 집에 식구가 생긴 셈이다.

마당에도 세 마리의 개가 있긴 하지만, 그냥 풀어놓으면 들개가 될 수도 있고 혹시라도 사람을 물으면 낭패라 묶어 놓았다. 천방지축인 개들을 풀어놓을 수도 없고, 끌고 다닐 수도 없어 미안하긴 하지만 묶어놓고 키운다.



멍멍이들에게 주려고 가져간 간식, 고구마 말랭이를 주니 새끼 고양이 냥순이가 급호감을 나타내며 달려와 맛나게 먹는다. 멍멍이들은 자기들의 몫이 새끼 고양이한테 가는 것이 샘나서 난리가 났다.


냥순이가 맛나게 먹고 있으니 잠자리를 잡아보려고 이리저리 풀밭을 뛰어다니던 냥군이도 얼른 와서 간식을 함께 나눠먹잖다.


뭐 이렇게 귀여운 것들이 있니?
새끼들은 다 귀엽긴 하다만.....



도시에서 그들이 태어났다면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 했을까?

같은 길 고양인데, 시골에서 태어난 것과 도시에서 태어난 것의 삶이 이렇게 달라도 되는 것일까?


요즘이 고양이 새끼 나는 철인가 보다.
이 삼주 전에 골목길에서 새끼 고양이가 밤새 울어댔다. 상황을 보니 어미가 버리고 간 새끼인 듯했다. 불쌍해서 밥을 좀 주긴 했지만, 거둬 키울 엄두는 나질 않았다. 이미 반려견을 키우고 있기도 했고, 까칠한 고양이의 성격이 나하고는 맞질 않는다. 게다가 혀에 있는 돌기는 나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어릴 적, 길고양이들은 흔했고 밥만 주면 우리 집 고양이가 되곤 했다.
나를 잘 따르던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놈이 쥐도 잡아다 준날 혀로 내 손을 쓰윽 핥는데 그만 돌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혀에 돌기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쥐를 잡아먹다 혀에 남은 쥐털인가 했다. 얼마나 소름이 끼치던지....
그 이후,
옥상에 몰래 들어와 새끼를 낳은 길고양이 새끼들 중에서 버림받은 두 마리를 키운 적이 있는데 발정기가 되니 더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 그들은 어른이 되어 떠났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냥,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았기 바랐을 뿐이다.


그런데 물골 할머니의 식구가 된 냥순이와 냥군이는 너무 행복하지 않은가?

그들은 도시의 길고양이들처럼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아도 될 것이며, 간혹 사냥을 하느라 힘은 들겠지만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할머니가 마실을 나가니 따라나선다.

강아지처럼 졸졸 거리며 따라가다가도 주변에 마음을 빼앗겨서 풀밭으로 사라지곤 한다. 할머니도 고양이들이 따라오는 것이 좋아서 그들을 기다려 주기도 하고 바쁜 마음일 때에는 번쩍 안고 가시기도 한다.



"내가 요즘 얘들 때문에 말을 해요.

시골에 혼자 살면 하루 종일 한 마디 안 하고 살 때도 있어요.

그런데 아침에 나오면 개들은 밥 달라고 짖어대기만 하는데 이놈들은 졸졸 따라다니면서 냐옹 거리며 말을 걸어요. 그러면 나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게 돼요. 고마운 친구죠."




문득, 고양이만도 혹은 개만도.....
못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 이 글에 포함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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