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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Mar 17. 2018

글쓰기란 삶을 타투하는 일이다

# 브런치에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임신은 여성의 얼굴에 문신을 하는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여러 의미들을 담고 있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 말은 글쓰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글쓰기라는 행위는 우리의 내면에서 잉태된 생각을 문자를 통하여 외부로 출산한 것이니까. 

그리고 태어난 아이들이 부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라나듯 글도 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라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아주 오랜 전부터 잡다한 글을 써왔다.

내밀한 공간에 쓴 글도 있지만, 대체로 인터넷 공간에 쓴 글이 대부분이다. 그 결과 SNS에서 나를 검색하면 이미 내게 잊혔던 나의 글 토막들이 신선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아, 그땐 그렇게 생각했었구나!"


어떤 것은 이미 농익었고, 어떤 것은 어설프고, 어떤 것은 부끄러워서 지워버리고 싶다.

그러나 이미 내어놓은 글의 운명은 그의 운명을 따라 살아가도록 자유를 주는 것이 필자의 의무가 아닐까 싶다.


나의 필기구들


카페, 블로그, 브런치...

다양한 곳에 내 글이 남아있는데, 

브런치의 경우에는 매일매일 적어도 50명, 많으면 100명이 넘게 내 글을 클릭했다는 통계가 나온다.

글을 쓴 나도 잊고 지내는데, 도대체 누가 어떤 검색경로를 따라 내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고,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를 해서 잠자던 글들을 자꾸만 깨워내는 것일까?


이러다 보니 그냥 침묵하고 있는 것이 미안해져서 의무적으로 또 한 편의 글을 쥐어짜듯 쓰게 된다.

물론, 어떤 날은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쓰지 않고서는 못 견딜 지경이기도 하지만....


필자의 저서들


책을 몇 권 내긴 했어도 크게 히트한 책이 없다.

잠시 베스트셀러에 올랐거나, 무슨 상을 받거나 했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익이 없었는지 시나브로 출판 제의도 사라졌다. 


어떤 책(내게로 다가온 꽃들)은 희소성 때문에 중고시장에서 열 배도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지만, 그냥 뜬금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통해서 세상의 빛을 본 모든 글은 나의 삶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이다.


그리하여, 글쓰기란 삶을 타투하는 일인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무심결에 브런치 통계를 눌렀다.

인기 작가들에게는 별 가치 없는 통계일지 모르겠으나 50을 넘어가자 글을 써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많이 본 글을 SNS에 공유하면 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으나 시의성이 없는 글은 그냥 조용히 지나가길 기다린다.  그래도 또 찾아와 흔적들을 남기는 독자들이 있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다.



# 브런치를 방문해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대들이 자꾸만 글쓰기의 유혹을 크게 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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