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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Apr 05. 2018

아무 일도 없는 것에 대한 감사

# 평온한 일상에 감사하라

벚꽃


일출의 빛을 못 본 것이 한 달이 넘은 것 같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매일 새벽 해뜨기 전부터 일출의 빛을 기다렸지만 거의 한 달 가까이 일출의 빛을 제대로 보질 못했다. 미세 먼지 때문이었다.


밤 새 봄비님이 오신다고 했다.

역시 내린 비에 미세먼지는 씻겨나갔다. 

일출의 황홀한 빛은 없었지만, 맑음을 예고하는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 드러났다.

회색 하늘 너머의 맑은 하늘을 본 것이 얼마만인가?


목련


미세먼지로 매일 회색의 하늘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늘 새벽이면 신비하게 빛나던 일출의 빛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알았다.


아무 일도 없는 것에 대한 감사, 우리는 너무 자주 망각한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에만 젖어 살아가다가 '아무 일 없는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잊고 살아가는 것이다.


지난주에 지인과 함께 나뭇가지 정리를 하다가 나뭇가지가 지인의 머리 위로 떨어져 수술하는 사고가 있었다.

일주일의 입원과 수술에도 불구하고, 각종 조사를 마치고 아무 이상 없음 판정을 받고 나니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왜,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감사하지 못했을까?

개나리


일상에 대한 감사를 회복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은 한껏 흥겨움 속으로 빠져들어갈 것이다. 그냥, 아무 일 없는, 별 일 없는 오늘이 감사하고, 뭐 특별한 일이 생겼다면 행운처럼 기쁠 것이다.


씨앗을 뿌렸다.

씨앗을 뿌릴 수 있는 작은 텃밭이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런데,

씨앗을 뿌린 날 밤 비님이 오셨다.

이것은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은행나무


나의 작은 텃밭은 저 큰 은행나무의 그늘 때문에 햇살이 적게 들어온다.

그래서 내겐 천덕꾸러기 같이 보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늘도 주고, 그늘 덕분에 연한 채소도 얻고, 가을이면 은행도 얻고, 노란 은행잎에 가을이 옮도 알고, 그것들을 쓸어내면서 육체노동의 기쁨도 느끼니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아무 일도 없음에 감사할 줄 알면, 만사가 고맙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니 삶도 술술 풀리지 않을까? 꼭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사에 감사하는 사람들의 삶이 보기에 좋더라.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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