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 생기고 작지만, 참고 견뎌냄으로 피어나는 꽃
봄을 맞이하면서 '봄꽃' 하나쯤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삶이 부대끼고 행복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제 아무리 봄이 온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봄에 피어나는 나무 꽃,
동백, 산수유, 매화, 목련, 개나리, 진달래, 조팝나무, 올괴불나무 정도의 나무 꽃을 떠올릴 수 있다면 꽤나 봄이라는 계절에 관심이 많은 분일 터이다.
봄에 피어나는 풀꽃,
복수초,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세바람꽃, 노루귀, 처녀치마, 냉이, 꽃다지, 민들레, 제비꽃....
긴 겨울이 지나면 꽃은 그야말로 앞을 다투며 솟아오른다.
그래서 봄은 spring이다.
나의 비밀정원에서 만나는 봄은 아직은 내밀스럽고 은밀하다.
그러나 이미 새싹은 한껏 솟아오르고 있으며 간밤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순을 힘차게 올리고 있다.
질경이의 싹도 보이기 시작했으니, 조만간 비밀정원은 초록의 빛으로 물들어갈 것이다.
오늘 비밀정원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을 만났다.
그것은 바로 회양목이라는 꽃이다. 줄기로 도장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내력이 있는지 '도장 나무'라는 이름도 붙었다. 꽃말은 '참고 견뎌냄'이란다.
그렇겠지,
추운 겨울 참고 견디지 않으면 어찌 피어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아.
꽃은 꽃이로되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작고 못 생긴 꽃,
잘난 것만 대접받는 세상에서 참고 견디지 않으면 어찌 피어날 수 있었겠니?
참고 견뎌내는 인내 끝에 비밀정원에 피어난 꽃아,
그러나 슬퍼하지 말아라.
너를 찾아오고 너에 대한 글을 쓰는 이도 있으니....
온통 예쁜 것 타령이다.
예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못생겼으면 죄인 취급을 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
예쁜만큼 상품으로써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의 치밀한 계략이다.
상품화되지 않는 것은 존재할 가치가 없는 것처럼 여기게 하는 것,
이것이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바다.
그러나,
정말 소중하고 꼭 필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으며, 상품화되어서도 안된다.
바람과 비와 하늘과 햇살과...
소중한 것들은 모두 공짜로 주어지는 선물이다.
비밀정원에 작고 못생긴 꽃이 피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그런 것이 아니라 참으로 내게는 소중한 존재로 다가온다.
긴 겨울을 견디고 참아내고 마침내 꽃을 피웠다면 그것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것인데, 우리의 시선으로 그를 못생겼네, 예쁘네 평가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것이며 우리의 소관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것, 그것이 필요한 시대를 살아간다.
오늘 아침,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에도 넉넉하게 피어난 회양목(도장 나무)을 비밀정원에서 만났다.
사람의 손을 타긴 했으되, 거의 야생의 상태로 자란 대견스러운 꽃이다.
#3월 20일, 비밀정원에서 만난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