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제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봄은 온다
2018년 3월 21일(춘분)
태양의 중심이 춘분점 위에 왔을 때이며 태양은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고 지구 상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춘분을 즈음하여 농가에서는 농사 준비에 바쁘다.
절기가 무색할 정도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며 눈발까지 날린다.
지난겨울이 여느 해 겨울보다도 추웠음은 화분에 심긴 초록 생명들로부터 증명이 된다.
얼려 죽인 것들도 많고, 시름시름 앓는 것들도 많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영하로 내려가지만 않는다면 튼실하게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지난주부터 밖에 내놓았다. 그중 몇 가지는 오늘 다시 실내로 들여놓았다.
제 아무리 꽃샘추위가 추운 들 오는 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오기 시작한 봄은 조금 더딜지언정 오고 말 것이며, 이미 싹을 낸 것들은 상처를 입을지언정 피어오르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비밀정원에 올라갔다.
진눈깨비에 찬바람에 '아 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역시 예상했던 대로, 이미 온 봄은 춥거나 말거나 어제보다 더 봄다워졌다.
그중에서도 길가나 빈터에서 흔히 자라는 '질경이'를 만났다.
이름 그대로 매우 질긴 풀이라서 길바닥에서 자라면서도 잘 견디는 꽃이다.
그의 다른 이름은 '차전초'인데 씨앗이 갈고리 모양이고 끈기가 있어서 우마차의 바퀴에도 잘 붙어서 이동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고 보면 그들에게 길바닥 찻길은 그들이 생존전략상 세운 최적지인 셈이다.
지난해 봄에도 비밀정원에는 질경이가 수도 없이 피었다.
피었다기보다는 바닥을 점령했다고 보아도 될 정도였다.
부드러운 것들을 나물로 먹을 생각에 다듬어보았으나, 조금만 크면 질기고, 나물로 먹기에 적당한 부드러움을 가진 것들은 작아서 인내심을 가져야만 했다. 한 시간 남짓 쪼그리고 앉아서 삶으면 겨우 주먹으로 한 줌이나 될 정도의 나물을 얻었다.
맛은,
그냥 풀 맛이었다.
향기도 별로였다.
양념 맛이었지만, 질경이의 '끈질김'이 내 몸에 좋은 역할을 했겠거니 생각하며 먹었다.
나물로서는 젬병인 셈이다.
질경이가 우마차에 밟히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부드러움'에 있다.
이파리는 부드러운 잎맥을 수도 없이 많이 간직하고 있다. 아무리 밝혀도 부서지지 않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밝히면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고, 결국 씨앗을 맺은 후에는 그들을 짓밟는 것들을 이용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기발한 생존전략인가?
젊은 시절(50대 이전)엔 너무 강했다.
조금만 생각이 다르면 비판의 칼날을 세웠고, 나름 옳다고 생각이 되면 물러날 줄 몰랐다.
덕분에 사표를 쓰기도 하고, 원수처럼 관계가 뒤틀어지기도 했다.
지천명의 나이가 지나고, 또 그 중간 정도를 살아가는 시점에서야 나를 돌아보았다.
'조금만 더 부드러웠더라면.... 웃으면서 화를 내는 법도 있었는데.....'
이런 후회가 있었다.
정말, 질기게 살아가려면 부드러워야 한다. 외유내강이다.
봄은 외유내강의 계절이다.
춘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꽃샘추위가 강한 것 같지만, 결국 봄이 대세다.
꽃샘추위 제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봄은 온다. 이것은 진리다.
# 2018년 3월 21일/ 춘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