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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an 02. 2016

흑백사진과 뒷모습의 공통점

#15 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이야기'

강원도 물골

흑백사진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뒷모습의 매력은 무엇일까?

꾸미지  않는다는 것이 하나의 공통점이 아닐까?




물론, 뒷모습과 흑백사진의 '꾸밈없음'이라는 말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단지, 분명한 것은 화장한 앞 얼굴과 컬러사진은 분명히 닮은 구석이 있으며, 그런 점에서 흑백사진과 뒷모습이 닮았다는 것이다.


니콘FM2 / 강원도


뒷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미셸 투르니에는 <뒷모습>에서 에두아르 부바의 뒷모습 사진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흑백사진의 매력은 사실 거짓말에 있다.

모든 색을 흑백 속에 감춰버림으로써-이것이 거짓말의 영역이다-색에 대한 관음증을 유발시킨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것까지도 흑백사진과 뒷모습의 공통점처럼 보인다.

뒷모습에 속아본 이들은 이 공통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강원도 둔내 오일장


우리는 사실 뒷모습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한다.

유명한 사진이나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에 대한 해설을 본 적이 있는가?

정말, 거기엔 해설가가 설명한 의도가 다 들어있을까? 아니면, 해설가는 작가보다도 더 많은 것을 보는 것인가?




그런 점에서 무엇 무엇에 대한 해설은 허구다.

뒷모습도 허구며, 흑백사진도 허구다.

그러나 이 허구로 인해 그 모든 것들은 진실일 수 있으며, 진실의 편린들이다.

그 편린들이 모여 살아 움직이며 바닷속에서 유영하는 물고기를 창조할 수도 있는 것이다.


폐지수집


무엇을 보는가?

우리가 직감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은 사실 많은 부분 거짓이다.

폐지수집의 고단함, 고단한 삶.... 이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흑백사진은 아날로그다.

그런 점에서 꾸밀 수 없는, 기껏해야 남이 꾸며줄 수 있는 뒷모습도 아날로그다.

아날로그는 추억이며, 감성이다.
흑백사진도 추억이며, 감성이다.
뒷모습도 추억이며, 감성이다.
이런 점에서 뒷모습과 흑백사진은 닮았다.

제주도 서귀포시 사계리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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