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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Nov 29. 2019

버려진 화분

#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당신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처갓집 들를 때마다 아파트 화단 구석에 놓인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버려진 화분들이었는데, 딱히 버려졌다고도 할 수 없었다.


시름시름 볼품없던 것들이 봄과 여름과 가을을 거치면서 생기를 찾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한 화분은 싱싱한 초록 이파리로 내 눈길을 끌었다.

마음 같아서는 몰래 집으로 가져와 키우고 싶었지만, 절도죄가 성립될 수도 있는 사안이므로 그냥 마음만 있었다.


화분은

입동과 소설이 지나고 강원도에는 함박눈이 내린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도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곁에서 무성하게 피어나던 윤판나물도 추위에 다 시들어버렸다.


화분은 아직은 싱싱한 초록 생명을 피워내고 있었지만, 머지않아 추위가 닥쳐오면 초록 생명도 생을 마감할 것이다.


장모님과 장인어른 식사 대접을 하고 바래다주면서 화분에 대해 이야길 했다.


"입구에 예쁜 화분이 있는데 누가 내놓은 것인지 들여가질 않네요?"

"그거, 우리 집에서 나온 건데?"

"예?"

"너무 퍼지고, 아래로만 자라는 것 같아서 내놓은 거야."

"그러면, 제가 가져가도 되겠네요?"

"그려."

"엄마, 저거 김 서방이 지난여름부터 눈독을 들였던 건데, 알았으면 진작에 가져갈걸."


그렇게 그 화분은 내게로 왔고, 지금 나의 공간에서 초록 생명의 빛을 발하고 있다.


'버려진 화분, 나는 너를  지켜보고 있었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누구든,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든, 

인생의 낙오자라고 생각하든 그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이가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신은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버리지 않으시며, 보듬으시니 어떤 상황에서도 그를 지켜보신다. 

나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이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나를 흠모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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