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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an 03. 2016

헛꽃은 참꽃만 못할까?

#17 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이야기'

산수국의 헛꽃- 가을에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산수국의 헛꽃 -겨울

설원, 그 하얀 눈 위에 비쩍 마른 산수국이 헛꽃을 달고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새순이 돋을 때까지 그렇게 있을 모양새다. 하얀 눈 푹푹 빠지는 제주도 중산간에서 만났던 산수국의 헛꽃이다. 그날은 그 헛꽃에 한 줄기 햇살이 가득하게 들어왔었다. 그리고 그 사진은 한동안 잊히지 않는 사진이었다.



누가 헛꽃은 참꽃보다 못난 꽃이라고 했을까?


헛꽃이 있어야 작디작은 참꽃에 곤충이 찾아들고 씨앗을 맺을 수 있는 것인데, 그리고 이렇게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도 그 모습을 잃지 않았으니 그 삶의 향기로 치면 헛꽃의 향기가 더 깊다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산수국의 헛꽃


산수국의 참꽃


자연에서 하등식물 혹은 동물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없다면 초록 생명들과 동물들은 살 수가 없다. 그냥 인간의 편의에 의한 분류고 취향일 뿐, 자연에는 차별이 없다. 아, 사람들 사는 세상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저 밑바닥 인생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3D 업종에서 일하는 이들과 무지렁뱅이 서민들이야말로 이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아닌가?





겨울, 그 겨울을 꿋꿋하게 이겨준 나무와 풀과 새들과 사람들 모두 고마운 날이다. 

추위를 겪고 난 뒤에 더 푸른 잎과 진한 꽃을 피우는 것이니  올봄 피어날 꽃들은 무척이나 예쁠 것 같다. 삶도 역사도 그러할 터이니, 우리에게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역사가 전개되려고 이 세대는 이렇게 어두운 것일까 생각하며 위안을 얻는다. 


산딸나무의 헛꽃-초록부분이 참꽃으로 초잡사로 담은 사진이 아래사진이다.


산딸나무의 참꽃-초접사


헛꽃, 참꽃 다 예쁘고 아름답다. 헛꽃이라고 헛것이 아니라 그가 없었으면 참꽃도 의미가 없었을 터이니.



#본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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