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이야기'
자연은 철학의 공간이요, 사색의 공간이다.
사람이 과연 자연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싶지만,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는 염원 속에는 나름 자연에 대한 본능적인 깨달음이 있는 것일 게다.
나는 자연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은 무심해서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행불행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이 그들에겐 없다.
단지, 자기대로 살뿐이다.
백일홍 꽃밭에서 제각각 피어난 꽃들을 바라본다.
우리는 그냥 백일홍이라 부르지만, 사실 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 다름이 꽃밭을 아름답게 만든다.
사람은 다름을 틀림과 종종 착각을 하지만, 자연은 다름에 관심이 없다.
자연의 관심은 오로지 자기를 피워내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오로지 자연은 본능에 충실할 따름이다.
그래서 때론 자연은 우리에게 수많은 혜택도 주지만 때론 재앙도 주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
이것이 행복한 삶의 비결이 아닐까?
우리는 본능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린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의 본능이란, '자기 안에 있는 생명을 피워내는 것'이므로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사람은 한계로 인해 비교하면서 행복해하고 불행해하는데 익숙하다.
그 익숙함을 극복하는 것, 그 익숙함을 극복한 만큼 우리는 행복한 삶과 가까울 수 있다. 굳이 행복한 삶이 아니더라도 성숙한 삶, 보다 나은 삶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해서 비교우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나를 충만하게 피워냈느냐에 있는 것이다.
자연은 그 누구도 부러워하거나 닮고자 하거나 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의 관심은 자기를 피워내는 데 있으며, 그리하여 자연은 지구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을 품은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차이점이 있다면, 자연 없이 사람은 살 수 없지만, 사람이 없는 자연은 더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의 발길이 닫지 않은 자연의 풍성함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왜,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자연은 황폐해 질까?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으로 자연을 재단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비교하지 않아 행복하다.
사람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를 피워내려고 한다면 풍성한 자연을 닮아갈 수 있다.
자연을 닮은 사람, 그가 행복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이다.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나의 삶의 무게보다 더 힘든 짐을 지고 가는 이들을 보라. 그리고 거기서 위로를 받았다면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라. 이것이 우리 사람이 가진 '본능적인 비교의식'의 이유다. 비교하면서 불행하게 느끼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맘몬(자본)의 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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