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N

고독과 외로움에 대하여

On Solitude and Loneliness

by 김민수

고독과 외로움은 종종 같은 말로 오해된다.
그러나 이 둘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외로움은 원하지 않아도 나를 찾아오고,

고독은 내가 의지적으로 선택해 들어가는 공간이다.

외로움은 결핍이고, 고독은 성찰이다.


외로움은 내 바깥에서 비롯된다.
관계의 단절, 이해받지 못함, 버려졌다는 느낌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깊은 허기를 남긴다.
외로움은 떨치고 싶지만 떨쳐지지 않고,
불현듯 다가와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반면 고독은 내 안에서 시작된다.
의도적으로 세상의 소음을 걷어내고, 잠시 멈춰 서서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바람 소리, 나무 잎의 떨림, 물의 흐름 같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외부의 소리가 잦아들 때, 비로소 내면의 소리도 들린다.
고독은 도피가 아니라 마주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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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도 고독을 찾으셨다.
그는 사람들의 무리에서 물러나 한적한 곳에 머물며

자신을 비우고 방향을 다잡았다.
그 고독 속에서 그는 다시 세상으로 걸어갈 힘을 얻었다.
예수의 고독은 고립이 아니라 결심이었고,

그 침묵은 무기력이 아니라 준비였다.


오늘 우리는 수많은 소리와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고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듯 하지만 단절되어 있고,

소통하는듯하지만 불통의 시대를 산다.
이런 시대일수록 고독이라는 공간은 더욱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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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내가 내가 만나는 장소다.
그곳에서 우리는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가?


그리고 그 질문들 사이로

자연의 소리, 오래된 침묵의 소리가 스며들며 세미한 소리를 들려준다.


외로움은 나를 움츠러들게 하지만,
고독은 나를 열어젖힌다.
외로움은 상실이지만,

고독은 선물이다.
그러므로 고독을 피하지 말고,
외로움이 찾아왔을 때에는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라.
외로움의 반대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고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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