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사람이 되길 바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동글동글 부드럽게 살아가려는 이들을 자주 오해합니다.
부드러움은 약함으로,
둥글게 사는 삶은 우유부단함으로,
상처받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은 비겁함으로 여겨지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각진 삶을 택합니다.
다치지 않기 위해,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우리도 모르게 점점 모난 존재가 되어 갑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지혜로운 선택일까요?
어느 바닷가에 몽돌 해안이 있습니다.
파도가 수만 번, 수십만 번 그 위를 스쳐 지나가면서 만들어낸, 신비롭고도 놀라운 작품입니다.
몽돌은 처음부터 둥글지 않았을 것입니다.
날이 서고 모가 나서 서로를 할퀴고 상처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월 속에 파도는 꾸준히 그들을 어루만졌습니다.
다듬고, 다독이고, 껴안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몽돌입니다.
그 바닷가에서 만난 몽돌은 하나하나 모두 달랐습니다.
어떤 것은 컸고, 어떤 것은 작았고, 어떤 것은 검고, 어떤 것은 옅은 회색이었습니다.
그런데 모양도 크기도 색깔도 다른 몽돌들이 모두 다 예뻤습니다.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웠기 때문입니다. 만지고 싶고, 하나쯤은 가지고 싶을 만큼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수없이 다가왔고, 온몸으로 받아낸 파도의 세월, 그 이야기들을 가져올 권리가 없다는 것을.
몽돌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완성된 존재였습니다.
내가 가져가려는 욕심은 그들의 역사와 존재를 빼앗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작고 예쁜 몽돌 세 개를 주워 오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그 중 하나는 책상 위에, 또 하나는 거실의 작은 화병 옆에, 나머지 하나는 주머니 속에서 나와 함께 걷고 있습니다.
그 몽돌들을 보면서 나는 자주 생각합니다.
사람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우기보다, 서로를 어루만지며 부드러워질 수 있기를.
갈고닦아 날카로워져서 누군가를 찌르는 창이 되기보다,
세월에 다듬어진 몽돌처럼 누군가의 손 안에 들어가 편안함이 되는 존재가 되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우리 사회는 자꾸만 강한 사람을 원합니다.
냉철하고, 분석적이며, 빠르고, 단호한 사람을 이상형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강함은 부드러움에서 나옵니다.
단단한 마음은 쉽게 부서지지만, 부드러운 마음은 쉽게 깨어지지 않습니다.
몽돌은 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단단한 생명과 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들의 부드러움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세월을 이겨낸 흔적입니다.
나는 요즘 부드러움에 대해 다시 훈련하고 있습니다.
말할 때 조금 더 조심스럽게,
판단할 때 조금 더 유보적으로,
사랑할 때 조금 더 넉넉하게.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은 곧 둥글어지는 연습입니다.
자신을 자꾸만 깎아내어 상처 주는 날을 만들지 않고,
서로의 마음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존재가 되기 위한 훈련입니다.
몽돌이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파도가 있어야 하고, 수많은 상처와 마모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말없이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몽돌처럼, 세상을 둥글게 만드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갈고 닦아 날카롭게 다듬어져 남을 찌르는 창이 되기보다,
몽돌처럼 동글동글 부드러운 사람이 많은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한 존재가 되고,
각자의 자리에서 완성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람. 그 마음을 닮고 싶은 사람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