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이야기'
가진 것이 없어서 불행한 사람보다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삶이 힘들게 느껴지는 때는 언제인가?
결핍의 임계점에 다다랐을 때라기보다는
뭔가를 원하지만 가지지 못하는 때가 아닌가?
이미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게 함으로 소비하게 하는 것이 소비사회의 전략이다.
꼭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이 가졌거나 혹은 타인이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원하게 하는 것이다.
꽃은 다른 꽃과 비교하면서 불행에 빠지지 않으며, 나무는 잘려 밑동만 남았다고 온전한 나무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풀은 바람에 누웠다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절망하지 않는다.
상처 입은 꽃이라도 활짝 웃으며 피어나고,
밑동만 남은 나무도 끊임없이 새순을 낸다.
설령,
그 새순이 나무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설령,
상처 입은 꽃이므로 활짝 피어나지 못해도
설령,
바람에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어도
소비사회는 한 개인으로 하여금 도저히 비교대상일 수 없는 것과 비교하게 한다.
온갖 매체를 통해서 대형 광고판의 영화배우나 운동선수 혹은 슈퍼모델이나 그들이 가진 물건과 옷과 소유한 것들을 가지지 못하면 안달 나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미 가진 것으로 충분함에도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는 삶을 실패한 삶이라 여기게 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소비사회의 전략이다.
이 소비사회의 전략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소유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길 뿐이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이곳이 아니고 저곳이라면 나는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이것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직장을 바꾸면, 결혼을 하면, 새 차를 사면, 이번 일만 마치면 혹은 이것만 아니면 저것만 아니면.....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착각에서 벗어나야 행복한 삶의 입구에 설 수 있다.
그것은 곧
"이미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자족하는 마음이다.
이것은 동시에 우리가 살면서 직면하는 아픔 혹은 절망 같은 것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것 역시도 지나갈 것이다.
순간순간 남과 비교하며 혹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하지 못하며,
그것을 얻었다고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왜 우리는 소유함으로 져야 할 멍에를 애써 자청함으로
우리의 삶을 힘겹게 하려고 하는가?
그렇게 흔들리면서 살아가지만, 그것이 사람이지만,
"이미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살아가는 이들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처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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